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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04. 2022

다시 원점으로...

인생은 무에서 유가 되었다가 다시 무로 가는 연속의 과정

지난 주말 레고랜드에 다녀왔다. 아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초등학생이지만 캠핑 웨건에 태워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내겐 하나의 추억이었다,

 

"아들, 이제 아들이 커서 웨건이 좀 작은 것 같은데, 큰 걸로 하나 구해야겠어"


"응 아빠! 쿠션도 있어서 앉았을 때 좀 안락했으면 좋겠어"


아들의 반응에 신난 나는 그날 밤부터 웨건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1년 정도 더 태우고 다닐 듯하여 새 상품보다는 중고로 알아봤다.


"앗 이 가격이면 꽤 괜찮겠는데"


당근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웨건 풀세트가 나왔다. 냉큼 대화를 걸어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일요일 오전, 아들과 아내는 늦은 꿀자고 있어 섣불리 나갈 수가 없었다. 조바심을 내며 아내와 아들이 깨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은 어느덧 오전 10시가 넘어섰고 아내와 아들 일어나자마자 같이 아침을 먹었다. 아내의 기분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잠시 나갔다 와도 돼?"


"어디 가게?"


"웨건이 싸게 나온 게 있어서......"


아내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아들을 태우고 즐겁게 여행 다닐 생각을 하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치보며 나갈 타이밍을 잡았고 결국 난 웨건을 사러 갔다. 근데 막상 보니 정말 거대한 웨건이었다. 나의 이클이 트렁크를 싹 비우고 갔음에도 정말 겨우겨우 들어갈 정도로 거대했다.


"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매너 있게 거래를 마치긴 했는데... 사실 이걸 괜히 샀나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들과 여행 가서 태우고 다닐 생각을 하며 스스로 잘 산거라고 위로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둘 곳도 마땅치 않아 현관문 앞에 덩그러니 세웠다. 아들과 아내가 현관앞에 나와보더니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헉... 이게 뭐야?"


아들이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귓속말을 건넨다.


"아빠 이거 너무 .... 다시 돌려주고 와...."


'헉.... 아들......'


아내도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게 차에 들어가긴 해?"


허를 찔린 느낌이다. 역시 아내의 눈은 매섭다. 모두가 싫어하는 분위기에 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공허함도...


결국 재당근하겠다고 다짐하고 당근에 다시 올리니 금방 주인을 찾아갔다. 아이 셋을 태운 9인승 승합차를 몰고 오신 아버님께.


무에서 유로 잠시 갔다가 다시 무로 돌아왔다. 원점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다 출간을 준비하던 에세이 책 진행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현재 초고를 마감하고 수정 보완을 하며 진행하고 있던 건이었는데, 선인세와 계약 조건을 묻는 과정에서 대표님이 내게 던진 한 문장이 서운했다.


어쩌면 내가 아직 비즈니스적인 사람이 못 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내자고 먼저 손을 내민 것은 그였는데... 난 거기에 아이디어를 보태고 내 능력껏 최선을 다해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보내준 것뿐이었는데... 처음과 달리 지금 그에게 난 그저 뻔하디 뻔한 책을 내고 싶어 목메는 작가 중 명이구나'


난 짧게 답을 보냈다. 원치 않는 책이라면 출판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잠시 후 출간하지 않겠다고 답이 왔고 난 그동안 고생하셨고 감사했다며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어쩌면 사람 관계도 비슷할 수 있다. 서로 호감이 생겨 혼자에서 둘이 되고 서로의 호감을 나누며 가까워지려 노력하지만, 또다시 하나가 되기 일쑤다.


무에서 유로 잠시 갔다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늘 그와의 인간 관계도 원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를 알지 못하던 나로 말이다.


출간을 못하게 됐다는 아쉬움은 별로 없다. 어차피 그냥 쓰고 싶은 글이었고 내 브런치에 올려도 그만이니 말이다. 그 덕택에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글로 적을 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내 마음속 공허함을 찾아가보니 이런 나의 마음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며 산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나였는데 의 부족함으로 내 주위에서 한 사람이 사라졌음에 아쉬워 하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사람이 오고가는 것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저 가는 길 오해 없이 좋은 기억만 안고 떠나셨길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이지만, 진심으로 멋진 출판사가 되시길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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