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0년 1월 9일,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으로 업계가 떠들썩하다. 새로운 세상이 오려는 듯 뉴스와 미디어에서는 연신 주요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데이터3법???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오늘도 여느 날처럼 광화문으로 출근하며 조간 뉴스를 살펴보고 있다.
광화문덕. 광화문 근처에서 기거하며 세상의 빛이 되는 존재가 되어보겠다며 지은 나의 필명이다. 을지문덕의 이름을 따서 을지로가 생겨났지만, 나는 내가 주로 생활하고 있는 광화문의 이름을 따서 광화문덕이라는 부캐를 탄생시켰다고나 할까. 하하하
전(前) 기자였던 내게 뉴스는 매일 챙겨봐야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요새는 사실 세상살이에 지쳐 내가 하고 있는 데이터 이외에는 잘 안 보게 된다. 정치뉴스든 사회 뉴스든 말이다. 경제뉴스는 그냥 내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모든 것이 경제소식이니, 굳이 경제뉴스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데이터3법'과 관련 규제 이슈에 얽힌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랬다면 이때 데이터3법 관련해서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봤을 테니 말이다.
이날은 그저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너무도 여기저기서 들려서 퉁명스럽게 '그게 뭐라고'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데이터3법이 뭐길래...
세상 떠들썩한 뉴스다보니 그냥 넘기기엔 찜찜했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나으니, 그냥 인사치레한다는 개념으로 데이터3법에 대한 뉴스들을 쓰윽하고 훑어보긴 했다. 정독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그저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구색 맞추기식의 학습 정도랄까. 어디 가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다들 얘기하는데 이해를 못 하고 있으면 안 되니...
입법이 되었다는 건 많은 이들의 바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기사는 데이터3법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는 기사도 있었지만, 대부분 언론사의 톤은 ‘기대’였다.
‘데이터 3법.... 데이터 3법이라... 누구냐 넌?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생겨나려나? 그건 또 뭘까? 아무렴 어때 데이터3법이 당장 내게 의미하는 바가 없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딱히 연관이 없는데. 안 그래도 요새 규제 이슈로 머리가 지근지근한데...’
실제로 그랬다
연말연초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예민한 시기다. 연말연시에 인사가 단행되고, 인사에 따라 내가 일하는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불확실성과 맞닥뜨려야 하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들이다.
조직을 디자인하는 부서에서 지워버리면 하루아침에 하나의 조직은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TF란 이름의 조직은 연말이면 늘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내가 지난 한 해 몸담았던 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수선한 시기인 탓도 있지만, 금융 규제 환경이 급박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어 마음도 뒤숭숭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피로도가 큰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3법 뉴스가 도배를 하다시피 하였지만,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려 애쓰고 싶지 않았다. 그것 아니어도 내 삶은 충분히 복잡하니 말이다. 시트콤처럼 매일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에...
안녕하십니까
이날도 그랬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접속해 그날그날 업데이트된 신규 발의 법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신 차장, 잠시 티타임 가능해?"
그렇게 출근해서 반복되는 일과를 보내고 있는 내게 어느 날 아침, 그동안 친분을 이어오던 금융정책팀 선배가 나를 부르셨다. 금융정책팀은 우리 회사에서 금융과 관련한 신사업 진출하고자 할 때, 혹은 기존 사업이 금융 사업 관련하여 유사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금융 관련 규제에 저촉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지원부서다.
뿐만 아니라, 금융 관련 규제를 분석하고, 경쟁사 금융 관련 사업 동향을 파악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하여 대응 전략을 고민하기도 한다.
오 선배는 내가 홍보실에서 나와 정책부서로 발령 나서 업무 및 해당 본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나를 안쓰러워하시며 보듬어주신 내겐 은인 같은 분이다.
"신 차장 시간 되면 커피나 한 잔 하러 갈까?"
오 선배의 말투는 온화하고 스윗하였으며 따뜻하고 달달할 뿐 아니라, 인자하시다.
"그럼요! 선배와 함께라면 언제든지 가능하죠!!!"
오 선배와 나는 지하에 마련된 카페로 내려갔다.
발령 축하해
"우리 금융정책팀에 오늘자로 합류하게 된 것을 말야"
"저 발령 났나요?"
"아~ 아직 몰랐구나 아침에 발령문 떴던데"
"아침에 신규 발의된 법안 정리 좀 하다 보니... 그 중요한 걸... 제가 아직 못 봤네요;;;;"
"잠시만 기다려봐 우리 팀장님이 곧 내려오실 거야"
'역시 치밀하신 분이시다! 이 자리는 새로 발령 난 팀장님과의 첫 대면 자리구나'
그랬다. 오 선배는 내가 업무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팀장님께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나와 팀장님을 지하 커피숍에서 소개해주시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늘 오며 가며 인사만 드렸던 금융정책 팀장님이 내 앞으로 다가오셨다.
신 차장 우리 팀장님이야 인사드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님이 요리조리 날 뚫어져라 쳐다보신다.
매서운 눈빛 속에 오묘하게도 따뜻한 인정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침묵의 시간이다......
어색한 기운이 퍼지며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싸늘하다. 가슴에 팀장님의 온화한 웃음이 날아와 꽂힌다.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려 애쓴다. 어색함 속에 민망함이 온몸을 급습해 어쩔 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내 매력적인 눈웃음은 어색한 입꼬리를 가리기에 충분하니까. 신 팀장님한테 눈웃음 한 번, 오 선배한테 눈웃음 한번...
신 차장 혹시
금융정책에 대해서 좀 아나?
"혹시 최근 데이터3법이 통과되고 관련해서 많은 사업 면허가 생겨날 것 같거든.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할 것 같아서 말야."
"저...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학습해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겠습니다 “
‘하... 이런... 데이터3법 통과됐을 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학습해둘걸...’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역시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르니 늘 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니까...’
그랬다. 데이터3법 등 우리나라 금융정책이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하필.... 이면.... 난 그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됐다.
다음 날 아침
“신 차장 우리 회의할까?”
팀장님이 아침 회의를 소집하셨다.
“다들 뉴스 다 봤지? 데이터3법 개정안이 통과됐어. 이제 우린 금융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니 데이터3법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자고”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한 팀장님께서는 이미 데이터3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계신 듯했다. 실제로 팀장님은 국내 데이터 업계 및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 박사님이시기도 하시다.
팀장님은 어려운 데이터3법에 대해 아주 쉽게 강의해주셨다. 말 그대로 줄줄 꿰고 있으셨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아주 명쾌하게 이해될 정도로 쉽게 설명해주셨다.
휴 정말 다행이다
'팀장님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머릿속에 저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고 계신 것일까.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나도 이제 큰 흐름은 잡았으니 디테일을 보강해봐야겠구나'
“신 차장 오늘 알려준 내용을 가지고 데이터3법을 1장으로 정리해서 보고해줘”
'그 방대한 데이터3법을 한 장으로...... 라니........... 올해 만만치 않겠구나....'
역시나 팀장님은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귀찮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것을 아시고는 내게 데이터3법을 공부해놓으라는 이야기를 에둘러서 하시니 말이다.
사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남의 글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수준으로는 절대 a4용지 1장 안에 핵심 내용을 넣을 수 없다. 1장의 보고서를 만들려면 그 안에 나무와 숲을 모두 잘 그려 넣으려면 반드시 이해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데이터3법을 한 장으로 정리한다는 것에 기겁할 정도로 놀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옴이 느껴졌지만,
늘(?) 배짱 하나로 여기까지 온 나이기에 대답 하나는 시원하게 했다.
“넵. 알겠습니다”
'자 이제 그럼 자리에 앉아자료검색을 해봐야겠다'
자리에 앉아 검색 신공을 발휘하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이 멍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이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백지가 된 기분이었다. 흰 것은 바탕이요 검은 것은 글자일 뿐이었다.
분명 팀장님이 설명해주실 때에는
다 이해가 됐었는데....
그랬다. 팀장님의 명쾌한 강의를 듣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건만... 어려운 용어 탓일까... 내 머릿속은 어느새 백지가 되어 있었다.
'자 그래도 큰 틀에서 이해는 했으니, 차근차근 관련 자료를 모아서 정리해보자'
내 경우 보고서를 쓰기 전 자료검색을 전방위적으로 하는 습관이 있다. 기자였을 때 경제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길들여놓은 습관이다.
사회부의 경우 사건 사고이니 주변 탐문과 전화 취재를 통한 자료 확보 정도만 하면 됐다. 산업부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상세하게 자료를 잘 만들어줘서 보도자료와 참고자료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경제부는 달랐다. 한국은행에서는 암호 같은 숫자로 이뤄진 자료를 보도자료라고 배포하고, 상세 버전을 보려면 그것은 마치 수학공식을 보는 듯 기괴하게 느껴져서 기사를 쓰는 데까지 한참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또한 경제 관련 금융 정책 관련해서 자료가 나올 때에는 더욱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했다. 어려운 이야기를 전문용어를 섞어 마구마구 집어넣어서 배포하니 그야말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나는 컴퓨터공학도랍니다.....'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랄까.... 그래도 기자이기에 쪽팔리고 싶지 않아 부단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행히도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취재하고 정리하고
모르는 내용은 또 알아보고 다시 정리하고를 반복한다.
히스토리 파악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서 출력하고, 기사 내용 중에 원본 자료를 파악해야 할 경우에는 정부부처 및 관련 단체에 올라온 원본 파일을 다운로드받아서 출력해서 정독했다.
경제부 기자 시절 이런 식으로 취재와 자료 수집을 하다 보면 출력된 양만으로도 600페이지가 넘었던 적도 있다. 양면 출력으로 말이다.
그 내용을 전부 정독하고 추리고 추리고 내가 이해한 것을 다시 내 말로 다시 정리하면 그제야 한 편의 기사로 써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정적인 날들이었다.
그런 노력 덕택이었을까. 당시 경제부를 출입하면서 경제 깊숙한 곳을 취재하고 기사화하면서 고생한 만큼 희열을 느꼈다. 경제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 말이다.
이제 다시 그 작업을 시작해야겠는걸......
데이터3법’이라... 하.....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