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집어삼킨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 나의 데이터를 what?
마이데이터라......
마이데이터라......
요 며칠 계속 머릿속에 떠도는 단어는 ‘마이데이터’뿐이다. 마이데이터란 단어가 내 마음과 영혼을 집어삼켜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답한 것은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막 태동한 사업이라 그런지 정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와 참고자료를 짜깁기하여 올려놓은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시를 받았으니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1장 이내로...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물론 내 욕심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해내야 한다. 팀에 새로 발령받고 나서 내게 주어진 첫 보고서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려면
구성을 짜는 것이 먼저다
의견이 아닌 핵심 사실을 바탕으로 뼈대를 세워야 한다.
내 머릿속에 뒤엉켜있는 내용 중에서 사실만을 조심스럽게 생선가시 발라내듯 떼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깔끔하게 필요한 내용만을 말이다.
사실을 가장한 의견이 생선가시처럼 섞여있으면 목에 걸려 켁켁거리다 재수 없으면 병원신세를 저야 할 수도 있다. 늘 집중해야 한다.
개요를 짜 보면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개념'과 '면허 획득 과정', '기대효과'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요소가 된다.
뼈대를 잡았으면 이제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우리가 찱흙을 빚어서 입체형상 만들기를 할 때 과정과 흡사하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며 입체 형상의 생동감을 표현해놓은 뒤에 찱흙으로 뼈대 위에 적정한 굵기로 덧붙여 실제 근육이 움직이는 것처럼 질감을 표현하듯 말이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에서 뼈대는 개요 잡기다
개요를 잡은 뒤에 찰흙으로 살을 붙여나가듯 내용을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장을 만들고, 문맥을 다듬으면 된다.
이제 막 마이데이터를 공부하는 내 의견이 마치 전문가적 의견인양 보고서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어쭙잖은 내 의견이 마치 사실인양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된 일이라 하더라도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리포트들을 찾아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분들께 이메일을 보내서라도 고견을 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말이다.
급하다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들을 짜깁기해서는 자질을 의심받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보고서 채택 후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신사업이라고 내 의견이 권위자 의견인양 꾸몄다가는 자칫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그건 정말 실무자로서 최악의 선택이자, 하지 말아야 될 행동이다.
구성은 정해졌다
개념과 면허 획득 과정, 그리고 기대효과에 대한 서술이다.
개념과 면허 획득 과정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금융위원회에서 아주 상세한 자료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대효과에 대한 부분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신사업이다. 앞으로 규제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선다고는 하지만 예상한 대로 뜻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인생사다.
그렇다고 첫 보고서인데 기대효과 부분을 공란으로 제출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일단 기대효과 부분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지금 무지한 나에게는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지켜보려 애쓰며 시간이 헛되이 지나치게 할 수는 없었다. 기대효과를 고민하느라 마냥 손 놓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지금 모든 것을 완벽하게 써놓으려고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능력 밖의 욕심이다. 이런 고집, 아집은 무지한 내게 독이 될 뿐이다. 지금 난 백지상태다. 일단 개념 정리부터 하자'
일단 보고서 구성은 대략 잡았으니,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채우고 기대효과는 나중에 다시 고민해봐야겠다고 판단하고 개념잡기에 나섰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참고자료를 만들었다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내용들을 모두 출력하고 해당 내용을 정독해가며 중복된 내용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내용을 찾아나갔다.
이는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앞서 통과의례처럼 꼭 하는 행위다.
마이데이터의 어원은 ‘내 데이터의 주인은 나’라는 데에서 왔다. 여기서 데이터 주권이라는 개념이 성립된다. 정보 주체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데이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데이터 주권이란 신체나 재산의 권리처럼 개인에게 정보 권리를 부여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개인신용정보전송요구권이란 개념도 파생된다.
개인신용정보전송요구권이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인 개인의 요구에 따라 다른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권리다.
즉, 내 데이터는 내가 직접 관리할 테니, 내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데이터 주권과 개인신용정보전송요구권이 더해지면, 정보 주체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자신이 원하는 기관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기업 또는 기관에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한 곳에 모아져서 정보 주체자의 모아진 정보를 분석하여 정보 주체자가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보여줘 그 정보를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말을 덧붙이자면, ‘마이데이터’는 지금 금융권에서 열심히 광고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비스다. 동의받은 데이터를 제공받아 맞춤형 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세련된 용어로 다시 정리하면 이것이 바로 마이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투자 자문, 대출 중개 등의 서비스인 것이다. 정보 주체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추천해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말이다.
예를 들어, 정보 주체자의 소비패턴을 분석해서 맞춤형 카드를 제안하고, 자산 현황을 파악한 뒤에 좀 더 낮은 대출이자로 갈아탈 수 있다고 컨설팅해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이데이터 개념 정리가 좀 됐나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볼까'
공들여 정리한 보람이 있다. 이제 안갯속 어둠이 가시는 느낌이다. 아주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눈앞에 보이는 글들이 글자처럼은 보였다.
큰 발전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에게 물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해봐
'네가 생각하는 마이데이터 개념의 핵심이 뭐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어?'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인 개인이 자신이 지정한 서비스제공자(마이데이터사업자)를 선택하여 해당 사업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핵심이다'
무언가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것은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물론 필요에 따라 두 문장으로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소원을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요술램프의 지니에게뿐이다. 현실에서는 무언가를 얻어내려면 명확하게 한 가지만 요구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옛 속담에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쓰고 있을 것이란 걸 잘 안다... 나도 한 때 그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