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마이데이터 개념에 대해서는 정리가 다 됐는데요. 근데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하여 비용 산정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되는지 통 감이 오지 않네요"
"그건 향후 협의해야 할 부분이겠지?"
"근데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구축 비용도 비용이고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님에도 정보 주체자가 요청하게 되면 사업자는 최소환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생기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기업이라면 자신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강제로 뺏기는 셈 아닌가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아닌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수적 관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면 당연히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기업이 가진 데이터에 접근해서 돈이 될만한 데이터를 가져가서 그걸 가지고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에서 당연한 논리 같은데요"
"그렇겠지"
"게다가 가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이니 그것에 대한 비용 지불은 당연하고요. 거기에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고객의 동의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명분 하에 수시로 실시간으로 트래픽을 발생시키게 된다면, 그러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많아진다면 그에 따르는 트래픽을 감당할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로 들 것 같아서요. 엄연히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트래픽이 추가되는 것이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저희가 요구해야 하는 당연한 권리 같기도 하고요”
개념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익창출'이다. 기업의 실무자에게 있어 너무도 중요한 부분은 바로 내가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용 산정 문제는 실무자에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오~~! 역시 신 차장의 안목이 날카롭네. 돈이 들어가는 문제는 워낙 민감한 부분이지만 정당한 대가를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지불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지 않을까? 물론 내로남불이라고 우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면허를 따게 된다면 그때는 비용에 대한 부분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민해봐야겠지만 말이야”
"내로남불인 세상은 맞긴 하죠. 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불의인 게 많은 시국이니까요"
“맞아. 그럼 마이데이터 면허를 취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살펴보겠어?"
"넵. 마이데이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마이데이터는 면허다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면허...
정확히는 ‘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으로,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면허를 받아야 한다. 즉, 정부로부터 사업을 해도 좋다는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마이데이터 사업자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법 상 명시된 ‘허가 요건’인 ‘인력 및 물적 시설(전산설비 및 정보통신설비 등)’의 세부요건에 맞도록 IT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근데 문제는 비용이다. 검색해보니 구축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나라면... 이러한 막대한 운영비용이 들어가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의문이 들면 늘 팀장님께 달려간다. 팀장님은 모르시는 게 없는 분이시니 말이다.
“팀장님은 혹시 구축 비용 얘기 들으신 거 있으세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약 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본 것 같아”
“우와 이배....애...액억원이요....? 시설 구축 비용이 어마어마한 걸요?”
“그렇지! 그럼에도 기업들이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투자해서 면허를 받고자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
“맞아요. 마이데이터가 허가이니 분명 금융 면허는 가지고 있다면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기업이 신사업을 하면서 정부의 행정처분 또는 행정행위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가가 제일 막강하고, 그다음이 인가, 승인, 등록, 신고 순이잖아. 마이데이터는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자에 대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니 면허를 받는다는 것, 허가를 받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잖아”
‘그렇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금융위원회에서 지정하는 것이니,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지’
“팀장님 그런데 사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정보 주권자의 데이터를 끌어오려면 제공업체와 가져오는 업체 간 규격화된 양식(?)이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같은 통신사라고 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다른 데이터 컬럼(Column)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같은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저장하는 방식이나 그런 세부적인 부분에서 분명 규격화 이슈가 발생할 것 같고요. 그걸 맞추려면 기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테고 결국 그것도 비용이잖아요”
데이터 컬럼(Column)이란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을 구성하는 각각의 열에 위치한 정보를 말한다.
“오! 좋은 포인트야”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자나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나 모두 데이터3법 시대를 맞아 설비투자가 필수인 셈이네요."
"새 술은 새 부대란 말이 있잖아! 새 시대가 도래했으니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정비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실무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지네요
"마이데이터 사업자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설비 투자를 하겠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는 사실 고객 데이터를 뺏기는 셈이어서 그걸 위해서 설비에 투자한다는 게 사실 실무자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요. 죽 쒀서 남주는 꼴이니까요. 만약 저한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데이터 제공에 협력하라고 와서 그러면 ‘내가 왜 무엇을 위해 너희를 도와줘야 해? 비용 협의부터 합시다’라고 할 것 같아요”
“맞아. 정부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을 거야. 신 차장 마이데이터 개념은 확실히 이해한 것 같은데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내일 보자고”
“넵”
문득 최근 정주행 했던 '무정도시'란 드라마가 떠올랐다
드라마에서는 국장이라는 작자가 이제 막 경찰이 된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마약조직에 침투시키는 임무를 부여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의의 집행자가 되기 위해 경찰이 된 이들이었기에 국장의 지시는 마치 그들에게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마약조직에 숨어 들어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고급 정보를 국장에게 보고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회를 거듭하면서 국장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제 갓 경찰이 된 이들을 마약조직에 침투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국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더 높은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사명감과 명분을 내세워 이제 갓 조직에 들어온 이들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변명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끊임없이 그들에게 희생할 것을 강요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
마이데이터를 이해하고 나니 거기에 얽혀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명분'을 내세워 주장할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는 이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대의를 내세우면서 명분을 강조할 때 자신의 이익에 대한 이야기는 감춘다. 그래야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해져서다.
드라마 속 국장도 그랬다. 자신의 자식 같은 이들을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사용하고자 ‘대한민국’을 팔았다. 그들이 고뇌할 때마다 사이비교주처럼 '대한민국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
그들이 빠져나가려 하면 그들에게 ‘실패자’란 낙인 프레임을 씌워 자신의 충실한 종이 되길 강요했다. 그렇게 착하고 순해 빠진 이들은 국장을 믿었다. 그의 꼭두각시처럼 목숨을 내놓고 불길 속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지듯 살아간다.
이용당하는 이들은 처음에는 국장의 말에 복종하며 자신은 국강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국가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든 역경을 버텨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명감은 사라지고 어느덧 마약조직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보며 점점 정체성의 위기를 맞게 되고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국장이 명예와 권력을 좇는 괴물인 것처럼, 마약조직에 들어간 이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괴로워하며 말이다.
결국에는 모든 게 파국으로 치닫는다. 드라마를 보며 인간이란 본질과 나약함 그리고 추악함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라는 명분이 먹힐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직장인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상과 직장은 전쟁터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대의명분'과 '이념'은 허상일 뿐이다.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