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죄송하고 감사해요. 건강하셔야 해요"

슬기로운 데이터결합 생활 #2

by 광화문덕
아무 일 없지?

아침 출근길 엄마의 문자다. 전화 버튼을 눌렀다.

"아들!!!"


엄마는 늘 내 전화기 너머로 웃으며 나를 반겨주신다. 엄마가 좋은 이유다.


내가 다쳤을 때에는 괜찮냐고 물어봐주시고,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같이 걱정해주시고, 연락이 잦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봐주신다.


"엄마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렸어요. 죄송해요"


"아냐 잘 지내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밥 잘 챙겨 먹고 다녀! 아프지 말구!"


생각해보니
한 달 동안 연락을 못 드렸다

바쁘다는 건 핑계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살뜰히 챙기면서도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는 연락을 못 드렸으니...


결혼 전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와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걷곤 했다. 그리고 혼자서 집에서 심심했을 엄마와 걸으며 나의 하루를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다. 총각 시절 엄마는 내게 둘도 없는 친구였고 나의 마음의 안식처셨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불효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

"아들, 오늘 조심히 다녀! 알았지? 오늘 되도록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엄마 또 내 꿈 꿨구나.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냐 아냐 그냥 조심하라고 하는 거지"


엄마는 늘 내게 그런 존재시다. 가끔 내 꿈에 엄마가 나올 때면 펑펑 울 때도 있다. 7년 전의 일 때문이다.


2015년 가을
엄마의 전화가 울렸다

"아들..."


"어... 엄마 미안... 내가 연락한다는 게...."


수화기 너머로 정막이 흐른다. 뭔가 직감적으로 나쁜 일이 생겼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잠시 후 엄마의 차분하지만 슬프게 내뱉는 엄마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들... 나... 암 이래..."


눈물이 났다. 아니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으며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엄마..... 죄송해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내 모든 것이 내던져졌다. 이성적이었던 나는 사라지고 눈물범벅이 되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엄마의 숨소리....

흐느끼며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내 엄마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시며 나를 안심시키려 하셨다.


"아들 괜찮아 수술하면 낫는대..."


'부모의 마음은 이런 것일까...'


그날 퇴근하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조직 검사를 하고 집에 누워계셨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초기래"


엄마는 초기라고 말하며 다행이라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시려 노력하셨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서 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엄마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시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죄책감이 들었다. 엄마를 잘 챙기지 못했다는....


감사하게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뭔가 이상해 근처 좀 더 큰 병원으로 가셨다고 한다. 거기서 피검사를 받았고 종합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소견이 나와 보라매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나온 결과가... 충격적 이게도 암 판정이었다...


감사하게도 진료를 봐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진료예약과 수술 일정까지 손수 다 잡아주셨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엄마의 암 상태가 초기로 짐작되지만 전이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수술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엄마를 안심시켜주시면서 말이다.


엄마는 입원하셨고, 이틀 간의 추가 검사 후 수술 날짜가 잡혔다. 이대로 엄마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휴가를 내고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 옆을 지켰다.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가 수술실로 들어간다. 엄마는 끝까지 우리를 안심시키려 애쓰셨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시는 모습이 너무도 쓸쓸했다. 슬펐다. 죄송했다.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사히 수술이 잘 마치고 나올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간절히.

여보 내가 잘못했구려
다 내 잘못이야

아빠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하셨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아빠는 오열하시다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셨는지, "그래도 정이 들었나 보다"라며 어색한 말을 하시고는 눈물을 훔치셨다. 아들에게 못 보일 눈물을 보인 것처럼.


시간이 흘러 엄마 수술 시간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 시간이 넘어가자 불안해졌다.


1분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느리게 흘러갔다. 불안함이 만들어 낸 나쁜 생각, 그리고 그것이 쌓여 '공포'가 되어 내 정신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치는 불안과 공포는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무능함에 화가 나고 엄마를 어쩌면 잃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으로 내 이성은 마비가 되었지만, 겉으로 표출할 수 없었다.


참아야 했다. 나까지 울 수 없었다.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질 것 같았다.


엄마다

수술실 모니터에 엄마의 이름이 올라왔다. 아빠를 비롯해 나, 그리고 누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23살에 나한테 와서..."


아빠는 참아왔던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뀌자 또다시 오열하셨다. 아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으셨는지 나를 등지고 흐느끼셨다.


아빠의 슬픔으로 위아래로 들썩이는 어깨를 바라보며 이번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아빠도 맘 편히 슬픔과 반성의 눈물을 쏟아내셔야 할 테니 말이다.


아들!
오늘 조심해 알았지?

잠시 옛 생각에 빠져있던 나를,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현실로 소환했다.


"엄마 요즘 검사는 계속 받고 있지?"


"응 그럼 늘 조심하고 있지"


"엄마 아프면 안 돼요! 그리고 자주 연락 못 드려 미안해요..."


"아들! 너만 건강하게 잘 살면 돼! 난 괜찮아!"


엄마의 아침 보살핌에 마음 한 켠이 아련한 채로 출근해 데이터 결합 영업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여느 날처럼 자료를 검색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사례를 발견했다


"암 경험자가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합병증이 있나요?"란 제목이었다.


꼼꼼하게 읽어봤다. 데이터 결합으로 암 경험자에게 특히 자주 발생하는 합병증과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만성질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조기 진단 후
수술을 받아 암 치료를 받은 이후
장기적인 합병증과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현재 병원 진료 시스템으로는 암환자가 치료받은 후 병원을 바꾸면 환자의 장기 합병증, 만성질환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암환자의 임상 자료와 건강보험 데이터를 결합하면 암 치료 효과를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암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장기합병증과 만성질환, 사망에 관련된 유의미한 분석 결과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재발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의료 데이터의 결합으로 이러한 유의미한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에 데이터 결합 사업 실무자로서 보람을 느끼게 됐다.


비록 내가 데이터 결합을 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뿐만 아니라, 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할 수도 있고, 다양한 데이터 결합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여기에 보건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하니 환영받을 만하지 않을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