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Jul 14. 2022

그날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네

와인을 타임머신 삼아 그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출근길
마음이 나를 부른다

'오늘은 무슨 일일까?'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평소엔 CCM을 들으며 출근길에 오르지만 오늘 플레이 권한은 마음에게 넘겨줘야겠다.


'골라봐 네가 듣고 싶은 노랠'


나의 휴대폰 속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하다. 즐겨 듣는 CCM 몇 개가 전부다.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니?'


'....'


'잠시만...'


유튜브 앱을 열었다

'아들이 내 계정으로 동영상을 보다 보니 채널 추천이 온통 아들의 관심사구나'


마음이 말한다... 마음속에 노랫말이 흐른다.


'우우우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네....'


'그 노래가 듣고 싶은 거구나'


찾았다

길을 걸으며 귓가 가득히 전해오는 노랫말이 참 듣기 좋다.


어제의 폭우가 가시고 햇살이 내린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지금 내게 주어진 오늘을 마음에 새기려 노력해본다.


늘 매일 같이 걷는 길이지만 오늘은 이 노래 덕택에 특별한 기분이다.


노랫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하나님이 주신 오늘의 향기를 기억하려 마스크를 잠시 벗고 걸었다.


귓가에 노랫말이 가슴 깊이 울리며 퍼지며 한 자 한 자 파고든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그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노랫말이 좋다.... 마음이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어제 일이 떠올랐다

나의 서른 살에 함께 했던 선배들과 점심을 했다.


우리 모두 이젠 부모가 되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 선배들의 모습은 13년 모습으로 내 눈동자엔 그려졌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13년 전 서른 살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말투 행동 모두 그대로다. 철없이 떠드는 모습까지...

그날의 기억을 우린 공유했다.
그날의 모습을 우린 기억했다.
그날의 향기도... 그날의 눈빛도... 그날의 웃음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3년 만에 뵈었지만...

마음이 너무도 좋아했다.


내 마음이 활짝 웃었다.


어둡던 내 마음이...


어두움을 모르던 그날의 마음을 기억하듯...


마음이...
어제가 그리운 것 같다

'마음아... 마음아... 우리 어둠을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립지? 나도 그래...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인생인걸...  노랫말 참 좋다... 그치?'


노랫말 한 자 한 자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반응한다. 미세하게 떨리는 마음... 그 마음이 느껴져 오늘 아침이 더욱 특별하다.


요즘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와인이 그리운 날이다.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빚어진 해의 '그날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다. 타임머신처럼...


'그리운 이들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 더 열심히 살게....'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긴다.

-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오전 8시 10분 마흔셋의 광화문덕이 서른 살의 모습과 함께 했던 이들을 그리워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알게 된 단팥빵의 시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