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단골 가게 원장님이 내게 물으셨다
문덕님 안녕하세요
나와 친해진 분들은 나를 문덕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대부분 두 글자 이름을 부르는 우리의 호칭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광화문덕이란 4글자를 부르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두 글자로 부르면 왠지 모를 가까운 유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서랄까.
"앗 원장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사실 그랬다. 늘 예약 손님으로 찾아가던 가게의 원장님이셨기에 원장님의 전화가 어색했다.
"저 그게 아니라 한 가지 여쭤보려고요"
"네!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가게 주인이 제게 가게를 인수하겠냐고 물어봐서요."
사연은 이랬다.
현재 가게의 사장님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임대료와 권리금 그리고 인테리어비 등을 지불하고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을 고용하면 경영을 함에 있어서도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게에는 사장과 직원 총 4명이 있게 됐다.
하지만 사장은 1년 동안 운영했으나 적자를 탈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내게 전화한 원장님이 경영 지원 역할로 해당 가게로 스카우트된 것이다.
이제 사장과 원장, 직원 3 이렇게 하여 총 5명이 됐다.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결국 사장은 아버지의 지원금인 가게 자본금마저 바닥을 드러내자 가게 운영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혹시 매출 관련한 데이터를 볼 수 있을까요?
그래도 역시 프랜차이즈가 가진 솔루션은 꽤 훌륭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온라인으로 자신들의 가맹점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매출 데이터와 객단가 데이터는 눈으로 확인했고, 단골과 1회성 고객 데이터 등은 원장님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의외로 적자가 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월 매출 대비 가게 규모가 너무 컸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가져가고 있었다. 임대료+인건비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책정되어 있었다.
심지어 조직문화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회사가 아닌 친목단체 같은 느낌이었다. 사장은 담배를 피우러 자주 자리를 비웠는데, 직원들도 자리를 비웠다. 어쩌다 손님이 들어왔다가도 응대하는 이가 없으니 서성이다가 다시 나가버렸다.
직원 중에는 자신들을 통제하는 원장이 싫었는지 원장의 말을 아예 무시하는 이도 있었다. 이것은 망해가는 조직의 특징이기도 하다.
원장님 우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볼까요?
난 펜과 종이를 빌려 표를 그렸다. 고정비가 될 수 있는 내역들을 나열하고 거기에 숫자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원장님께 말했다.
"원장님. 여기는 인수해도 지금 상태로라면 흑자전환할 수가 없어요... 혼자서 운영하셔도 임대료가 워낙 비싸서 불가능해요.."
실제로 그랬다
사장과 원장 그리고 직원 3명 총 5명이 일하니 매출 규모는 커지지만, 결국 그들이 자기 몸값 이상을 가져가고 있으니 수익보다 손실이 큰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처음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아반떼면 충분한데 제네시스 G80을 산 느낌이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 G80에서도 풀옵션을 선택하니 초반 투자금이 너무 막대하게 들어갔다.
시뮬레이션을 5년을 돌려도 10년을 돌려도 여기서 이 규모로 가게를 하는 것은 적자의 연속이라는 데이터를 보자 원장님의 얼굴은 슬퍼졌다.
"지금 사장님이 인테리어도 2억 이상을 들여서 전부 최고급으로 해놓으셨는데... 여길 인수하면 초기 투자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원장님. 하지만 경영은 실전이잖아요. 그리고 원장님이 경영을 하시게 되면 본인 급여를 본인 스스로 책정해야 하는데 일단 그 비용이 나오지 않아요"
사실 매출과 고정비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단순하다
회계 관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데이터 이야기다. 오해 없길 바란다.
월별, 주별, 일별, 시간대별 데이터는 경영함에 있어서 훌륭한 참고 지표가 된다. 그리고 손님이 한 번 방문했을 때 지불하는 비용 역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우리는 이를 객단가라 부른다. 객단가란 가게에서 구매하는 고객 한 명당 평균 구매 금액을 말한다.
또한 고정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은 임대료와 인건비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처음에는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경영지표가 개선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폼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