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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23. 2022

종로가 변했다

변한 거리 속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들어간 식당에서 얻은 깨달음

코로나 직격탄이었을까

나는 자주 걷는다. 답답해서 걷고 공허해서 걷고 머리가 복잡해서 걷는다. 걷는 것은 최고의 명상이니 말이다.


을지로에서 광교를 지나 다시 종각 그리고 종로 5가 그리고 다시 을지로로 돌아오는 코스다.


종각부터 대로를 따라 걷는다. 그리고 주변을 관찰한다. 여기저기 건물 유리창에 붙은 '임대문의' 표시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헉... 여기까지 바뀌었구나

낙원상가가 보이는 사거리에 랜드마크처럼 그 공간을 지배하는 건물이 3개가 우뚝 솟아있다. 거기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다른 매장으로 바뀐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내 오랜 기억 속에 종로 하면 떠오르던 매장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 건물은 통째로 비어있었다. 


터벅터벅 걸었다

무언가 굉장히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길가 만두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큼직하게 적혀있는 가격표에 놀랐다. 


'모둠 만두가 1만 5,000원이구나'


그랬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물가는 계속 올라 이제는 1,000원으로 김밥을 먹던 그 시절은 사라지고 없다. 얇은 지갑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들어가 배고픔을 달래주던 김밥천국의 기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종로 3가는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내 기억 속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길가에 자리하고 있는 식당들 안을 유심히 살펴보며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식당 안에는 혼밥을 하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그마저도 한창 점심시간 장사로 붐벼야 할 시간인데 한산했다.


그러다 한 식당의 메뉴판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이 들었다. 그 식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더욱 궁금해졌다.


키오스크가 날 맞이했다

가맹사업자에게 요즘 필수는 키오스크다. 키오스크 도입으로 주문받은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 주문시스템 도입으로 오롯이 주방에서 손님에게 내어줄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다.


이곳의 특징은 모두 혼밥족이었다. 나 역시도. 그래서 더 맘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눈치 볼 필요도 없으며 소음도 제로다.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는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소리는 요리가 나왔다며 요리의 주인을 찾는 직원분의 목소리뿐이다.


9,000원어치 음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사실 9,000원이란 비용은 내가 1인 식사를 하는 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이라 생각한다. 주문을 하고 10분쯤 흘렀을까 음식이 나왔다.


밥은 말라 식감을 느낄 수 없을 지경이었고, 맛은 여기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정도 수준의 특별함은 없는 맛이었다. 옆에 있던 가게에 들어갔더라면... 이란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유추했다.


여기에 찾아온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이 식당이 맛있어서 온 이들은 아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1. 혼밥이 쑥스러워 조용히 혼자 먹는 분위기를 가진 식당이라서 맘 편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들어온 이들일 수 있다.

2. 배가 너무 고파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기 위해 들어온 이들일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싼 메뉴를 주문한다.

3. 나처럼 지나가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들어온 이들일 수 있다. 여기 간판과 메뉴 구성만 보면 식욕을 자극하는 곳이긴 하다.


가맹점의 딜레마

오랜 벗인 프랜차이즈 업계 오랜 업력을 가지고 전략기획을 해오신 형님께 전화를 걸었다.


"형님 오늘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 곳에서 밥을 먹었는데요. 식당은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밥이 말라서 도저히 맛을 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허기를 때우고 나왔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예요"


"가맹점이란 게 원래 그래. 가맹점은 요리에 자신 없는 점주들이 편하게 가게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거거든.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그래서 기술력이 필요해. 공정을 최소화해서 점주들이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지"


여기서 궁금증이 떠올랐다.


"형님 그럼 프랜차이즈를 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핵심 데이터는 뭔가요?"


그러자 명쾌한 한마디가 내 머리를 뚫고 나갔다.


"그건 바로 상품개발과 이후 공정을 줄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연구원과 개발한 상품을 냉동 처리해서 가맹점에서 조리했을 때 본사에서 의도한 맛의 90%를 구현해낼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장인이 필요하지"


그랬다
역시나 여기에도 데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형님은 마지막에 묵직한 한마디를 내게 던졌다.


"프랜차이즈를 하면 돈이 되지. 하지만 명심해야 하는 건 냉동기술을 구현하지 못해서 대부분이 망해. 아이디어 좋고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식당의 핵심은 맛이거든. 사람들에게 그 가게를 다시 찾아갈 맛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결국 손님들의 발길로부터 외면당할 테니 말야"


그러자 드라마, 방송 등에 제품 간접 광고(Product Placement)의 성공으로 브랜딩에 성공하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레스토랑 브랜드가 떠올랐다. 물론 그 브랜드는 몇 년 지나 메뉴는 비슷했으나 새로운 간판과 상호를 가지고 다시 제품 간접광고를 통해 수명을 이어가다, 결국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브랜드다.


문득 아침에 본
뉴스 속 데이터가 뇌리를 스쳐갔다

서울시 카페 폐업이 올해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이터였다. 


카페 창업이란 것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서울에서만 해마다 2,000곳이 넘는 카페가 새로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인데, 올해(1.1~11.11) 서울시에서 폐업한 카페가 1,796곳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 데이터 출처 :  <한겨레>가 서울시 휴게음식점 인허가 정보에서 ‘커피숍’을 분류·추출해 분석한 결과


커피숍은 그나마 에스프레소 머신이 어느 정도 맛을 보정해주고 라떼는 비율, 에이드는 그 안에 들어가는 원료 등 간편해서 가맹점의 맛 관리가 용이함에도 이 정도인데....


명심해야 한다

식당의 본질은 음식이다. 

맛은 개인차가 있어 맛이 있다 없다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식당에서 내놓은 음식이 찾아오는 이에게 어떠한 맛의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존폐 위기에 내몰리기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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