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네가 있어 참 다행이구나...고마워 아들
요즘 내 마음이 어둡다
직장 생활이 그러하듯 즐거운 날이 있다면 힘든 날도 있듯이 말이다. 업무가 힘들면 차라리 나으련만...
"아빠 배드민턴 같이 쳐"
아들이 재택하는 내 서재에 들어와 내게 요청한다.
"아들 아빠 오늘 휴가가 아니고 재택이야~ 곧 점심시간이니 조금만 기다려줘~"
"응~!!! 그럼 그때 같이 나가서 배드민턴 치자~~"
아들의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에 마음이 설렐 정도다.
"응~~ 그렇게 하자~~"
오후 12시!
점심식사 시간이 됐다. 아들과 나가 배드민턴을 치러 나갔다.
햇볕이 따갑다. 선글라스를 챙겨 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아들 눈이 너무 따가워서 안 되겠어"
"아빠 그럼 내가 그쪽에서 칠 테니 자리 바꾸자"
"그래도 괜찮겠어?"
"응 그럼~!!"
그렇게 아들은 열심히 배드민턴 채를 휘둘렀다. 나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불쾌한 일이 일어났고
이후 마음속이 헝클어진 머리처럼 뒤엉켜버렸다
배드민턴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난 과거 시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집착하고 있는 나를 아들이 현재로 이끌었다.
"아빠 나쁜 일은 잊어버려"
아들은 지금 나와 현재를 즐겁게 보내고 싶어 내 앞에 서있는데, 난 과거의 특정 시점에 멈춰있었던 것이다.
"응 아들 미안! 자 배드민턴 다시 쳐볼까?"
"내가 더 잘하지?"
"응 아들이 나빠보다 훨씬 잘 치네~"
아들이 더 어른스러운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들이 경험하고 있는 '아들의 사회생활'에 비하면 어쩌면 내가 겪는 사회생활은 비교적 양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한 건 나의 중학교 시절은 그야말로 '동물의 세계, 정글'이었으니 말이다.
아들! 아들은 아빠가 언제 제일 좋아?
점심시간이 끝나가자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아들과 집을 향하며 물었다. 궁금해졌다. 아들이 내가 어떤 것을 해줄 때 제일 좋아하는지가.
"아빠가 수영장에서 나를 점핑하게 해 줄 때!"
"그리고 또?"
"아빠가 나랑 같이 놀아줄 때! 지금처럼 배드민턴도 같이 해주고 말야"
'아......'
그랬다. 난 아들에게 맛있는 거 좋은 선물을 많이 해주는 물질적인 것에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몸으로 놀아주면 피곤하기도 하고, 요즘 마음이 복잡하고 어두워지고 있어 아들과 몸으로 놀기에는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그래... 맞아...
아들이 원하는 거...
미안해 아들...
난 자꾸 편하게 내 맘대로 하려고 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은 아빠와 즐겁게 몸으로 노는 것인데, 난 편하게 아들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아들 배드민턴 재미있었어? 낮에는 눈이 부셔서 좀 힘들었던 것 같아!"
"응 아빠 저녁에 해지고 나서가 배드민턴 치기가 딱 좋은 것 같아! 저녁에 또 같이 치러 갈까?"
"그래! 그러자~! 아빠랑 같이 배드민턴 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응!!!"
오늘 새긴 이 마음이 시간이 흘러 흐려지면 난 다시 아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아닌, 편하게 나 스스로 아들에게 좋은 아빠란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선물을 고르고 있을지 모른다. 문득 나 자신이 그런 나를 의심하게 되는 날이 오면 이 글을 꺼내 읽어야겠다. 그래야 아들의 소중한 마음을 다시 마음에 새겨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