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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오늘 너무 멋있었어!"

너의 그 한껏 고조된 그 목소리 아빠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by 광화문덕

오늘 아들과 나의 첫 스키장이다. 스키를 탈 수 있는 눈으로 덮인 스키장을 찾은 것은 내 생애 첨이고, 아들에게도 첨인 날이다.


우린 오늘 오크밸리 스키빌리지에 오전 7시가 좀 넘어 도착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우린 정말 부지런히 달렸다. 아들은 오늘 스키장에 가기 위해 어제 자정 넘어까지 해야 할 일을 끝마치느라 정말 몇 시간 못 자고 간 터라 가는 동안 숙면을 취했다.


아들 장갑은?

아내가 없는 아들과 여행은 늘 준비물이 펑크가 나곤 한다. 홀로서기가 안 되는 나여서 일 것이다. 이날 분명히 장갑을 챙긴듯했는데 장갑을 놓고 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차에 두고 내렸다...


스키 장비를 빌리고 장갑을 사러 갔다. 아들이 있어야 장갑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에 아들은 스키장화(?)를 신고 나와 장갑을 파는 샵까지 와야 했다. 한 200m를 걸었다.


"아빠 발목이 너무 아파..."


아들의 이야기에 난 아픔을 같이 나누지 못했다. 강습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있어 그것에 늦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다. 아들이 발목이 좀 아프다고 했지만 다행히 적응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까지도 아들에게 "많이 아프냐"라고 다정하게 말하지 못한 내 모습이 후회된다.


아들의 첫 스키 강습이다. 아들이 초급코스로 이동한다. 난 아래에서 아들의 모습이 보이기만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아들은 선생님과 초급반에서 스키 강습을 받으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아빠!!!

정오쯤 되어 아들과 상봉했다. 아들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됐다. 다행히 발 아픔은 없어졌고 스키가 너무도 재미있다고 했다.


"오후에 눈썰매장으로 갈까?"


"아니 나 스키 계속 타고 싶어"


아들은 눈썰매장 보다 이젠 스키가 재미있다고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콜라를 든든히 먹고 아들은 스키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1시간가량이 흘렀고 아들이 초급코스가 아닌 다른 쪽으로 가고 있었다.


'엥??? 저기는 중급코스인데???'


아들에게 소리쳤다.


"아들!!!! 거긴 안돼!!! 너무 가팔라!!! 위험해"


"아빠 나 중급코스 타보고 싶어! 아니 탈 수 있어"


아들은 겁이 없다. 포항 스페이스워크에서도 홀로 한 바퀴 돌고 오겠다고 하다가 안전요원이 안된다고 하여 무척 실망하며 내려왔던 적이 있었다.


"아들 그래도 안돼! 오늘은 초급코스에서만 타! 중급은 무리야! 조금 더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그 때 중급코스로 가자! 빨리 초급코스로 가"


아들이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초급코스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문득 고민에 빠졌다. 난 아들이 아들의 판단으로 인생을 살길 바란다. 그가 원하는 것, 소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말이다. 그런데 정작 아들이 도전하고 싶어 하고, 자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매번 내 기준으로 그의 도전 자체를 막아서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러다 도전 자체를 하지 않는 아이가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착한 아이이기에 부모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긍하는 아이이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다시 불러 이야길 나눴다.


"아들 아빠는 네가 안전했으면 해! 다치지 않고 즐겁게 스키를 타고 집으로 갔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다치면 오늘 우리의 하루는 너무도 슬프게 마무리되는 거잖아! 그래서 아빠는 네가 중급코스로 가는 걸 안된다고 한거고. 하지만 이렇게 아빠가 말했음에도 네 마음속에 아직도 중급코스에 대한 생각이 있고, 정말 네가 안전하게 중급코스에서 탈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 꼭 타야겠다면 아빠는 네가 안전하게 무사하기만 하면 돼! 무조건 안전, 다치면 안 돼! 아빠는 네 판단에 맡길게!"


"알았어!"


아들은 대답과 함께 중급코스로 향했다. 그 시간이 오후 2시 33분이었다. 그리고 난 마음을 졸이며 하나님께 "아들이 제발 다치지 않고 중급코스를 내려올 수 있게 해 주세요"라며 기도했다.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30분이 흐르고 40분이 흐르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초조함이 걱정을 몰고 왔다. 걱정은 나를 더더욱 초조함으로 긴장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괜히 그렇게 말했나하는 후회까지 들게 했다. 그리고 50분... 51분... 52분...... 중급코스 내려오는 곳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빠~~!!! 나 중급코스 정말 재미있어! 나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내려왔어! 정말 재미있어!!"


아들이 자신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들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자신이 무언가 이뤄냈다는 성취감이랄까. 굉장히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두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걸 이겨내고 해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들의 그 목소리가 내겐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기뻤다.


'아들 무사했구나.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 걱정 많이 했단다...'


"아들 지금 3시 25분쯤 됐으니까 중급코스 한번 더 타고 내려오고 딱 집에 가면 될 것 같은데~! 이번에도 알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야! 이번에 타봤으니 두번째는 걱정하지 않지만, 꼭 안전하게 타고 내려와야해!"


응!
나 그럼 한번 더 타고 올게!

아들은 시원시원하게 답하며 다시 중급코스로 향했다.


"응 그래그래 아들 잘했어! 이번에도 무엇보다 안전하게 다치지 말고 내려와~"


사실 처음이 어렵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나의 두려움의 벽을 깬다는 것 말이다. 요즘 신사업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잦았다.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요? 이건 어때요? 저건요? 요건요?"


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기획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거다. 난 드리머다. 꿈을 꾸고 상상을 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가치를 더해 해보자고 얘기하거나 제안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최근 믿었던 이들에게 실망한 포인트는 바로... 이거다. 그건 이래서 안 될 것 같아요. 저래서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안 될 것 같아요. 될 것 같으면 다른 사람이 했겠죠. 굳이.... 뭐 이런 류라고 할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도전은 해봐야 실패인지 성공인지 알 수 있다. 도전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안된다고 단정하는 사람과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아이디어이니 말이다.


세상에 완전 새로운 건 없다.

비슷비슷하지만 성공하고 실패하고의 차이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소신과 태도, 의지라고 생각한다. 실패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일하려는 이들이 하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실패하는 것이고,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저주해도 해낼 것이라고 달려드는 이에게는 기회가 열린다. 그게 인생이다.


아들에게 난 내가 요새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이들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아들의 도전을 내가 도전도 하기 전에 꺾어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들의 선택에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보기 좋게 멋지게 아주 나이스하게 해냈다. 그럼 된 거다. 아들은 해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내게 보여줬다. 다치지 않았고 안전하게 최선을 다해 해낸 것이다. 아들의 의지가 아들의 바람이 아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해낸 것이다.


난 아들의 오늘의 성취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들에게 물려줄 내 온라인 보물창고에는 오늘 아들과 나의 대화 내용이 오디오 파일로 올라가 있다. 아들이 중급코스를 타고 내려와 아빠를 찾으며 숨 가쁘게, 자신이 해낸 그 희열을 가감 없이 보여줬던 그 음성을 말이다. 아들에게 주고 싶은 우리의 증언이니 말이다.


아들이 나중에 세상의 벽에 부딪혀서 힘들어할 때 들려주고 싶어서다. 아들은 늘 해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너의 소신대로, 너의 바람대로, 너의 의지대로 넌 늘 해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내 말이 아닌 네가 내게 말한 그 목소리로 말이다.


아들 넌 정말 멋진 아이야!

"너의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모습 아빠는 늘 응원해! 아빠가 네가 컸을 때 너를 곁에서 응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마음으로는 늘 너를 오늘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거야! 아빠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정의롭고 옳은 일에 대한 것이고 당당하고 멋진 네 삶의 발자취로서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믿을 거야. 그러니 늘 지금처럼 네 소신 잃지 말고 네 소신을 믿고 살아가렴!"


오늘 아빠의 이 벅참을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단다. 그래서 네가 잠든 이 시간에 이렇게 글로 쓴단다.


"오늘 아들과 나의 하루는 완벽했어! 너무도 멋졌고 아빠는 오늘 네 목소리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자랑스럽다 아들! 아빠는 아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부끄러웠던 나날들이 참 많지만, 아들은 아빠보다 더 멋진 날들로 네 삶의 일기장에 기록할 것이라 믿어! 넌 멋진 아이야!


힘들 때 지칠 때 삶이 힘겨울 때 혼자라고 생각들 때 아빠의 일기장인 이 브런치를 늘 찾아보렴. 그리고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듯 얘길 들어보렴. 아빠는 온통 네 생각뿐이란다! 아들 사랑한다!"

아들이 타고 내려온 중급코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2023.01.28(토) 오후 3시 20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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