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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02. 2022

동굴 속 대화

어제도 술에 취했어... 그게 너무 속상해...

난 다시 동굴 속이야

나와 얘기하고 있어.

어제 또 술을 많이 마셨거든.


어제도 술이 내 안에 들어와

내 속에 꽁꽁 숨겨둔, 가둬둔 나의 욕망들을 또다시 해방시켰어


난 늘 내 안의 욕망들을 가둬두고 살려고 애썼는데

또다시 어젯밤의 나는 욕망의 덩어리였던 거지...

욕망이 뭐냐고?

내가 좋아하는 위키백과엔 이렇게 설명해놨더라.

욕구(欲求·慾求, need) 또는 욕망(欲望, desire)은 생물이 어떠한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감정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느낌이 강하다. 시민 윤리에서는 적절한 정도의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욕망은 주변인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신 또한 망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고, 충족되지 못하면 고통과 불만을 느낀다.
여기서 잘 봐야 할 부분은 바로 이거야
 과도한 욕망은 주변인에게 피해를 입히며, 자신 또한 망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

내게 술이란 존재는 내가 이성으로 억눌러놓은 욕망들을 분출시키는 촉매제랄까. 문제는 늘 억눌려있다 보니 분출되면 과도해.


말도 엄청 많이 하고, 감정도 엄청 발산하고 말야.

한마디로 술 마신 나는 정말 별로란 이야기지.

아내한테 솔직하게 얘기했어

술을 끊인 이유가 술 마시면 내가 내 욕망에 집어삼켜져서 그게 무섭다고. 그랬더니 잘했다고 하더라고.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어.


근데 세상사는 게 말야. 내가 술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술을 못 마시는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더라고.

술자리에 가면 어느새 술잔을 비우고 채우고 하는 내가 있어. 술을 조심해서 마셔야지 생각하던 나는 욕망과 타협을 하고, 결국 욕망에게 나 자신의 제어장치를 넘겨버리고 말지. 매번 같아.


그래서 이제 자리 자체를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알잖아. 저녁자리는 친한 사이라는 하나의 인증과도 같다는 것을 말야. 저녁에 술 한잔 하자는 말보다 밥 한번 먹자 또는 커피 한 잔 하자가 내가 더 듣고 싶은 말인데...


후배가 그랬어
선배도 그랬어

나는 말을 줄여야 한다고. 나는 술 마시면 너무 오버한다고. 나는 술 마시면 너무 끼 부린다고. 나는 술을 좀 적게 마셔야 한다고 말야.


ㅠ_ㅠ 난 술 조절을 늘 실패해. 그래서 택한 것이 안 마시는 거야. 그런데 술자리에 가면 안 마시는 게 안돼. 그래서 술자리를 아예 안 가려 애써. 근데 술자리는 자꾸 잡혀. 나도 술자리를 너무도 함께하고 싶지. 그런데 말야... 정말.... 난.... 술을 마시면 다음날이 너무 힘들어....


지금 나는 나와 동굴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나는 내 속에 내가 많아... 수줍은 아이, 허세 가득한 아이, 욕망이 들끓는 아이, 엄청 까칠한 아이, 거칠게 쏘아대는 아이 등등... 지금 나와 마주한 나는 꿈을 꾸는 아이야. 난 꿈을 꾸는 아이가 나를 이끌어줬으면 해서 요즘 그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거든...

혹여라도 부탁할게

이 글을 보고 혹시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술보단 밥이나 커피를 먹자고 말해줘. 술은 내게 내가 잘 살기 위해 꽁꽁 숨겨놓고 가둬놓은 나의 욕망들을 해방시키는 촉매제거든. 그런데 문제는 술이 날 지배하게 되면 꿈꾸는 아이가 갇히고 다른 아이가 모습을 드러내... 


근데.... 난 어떤 아이가 나올지 몰라 두려워.... 그게 너무 두려워.... 그래서 술 마시는 게 두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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