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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10. 2023

아들의 부지런함 덕택에 빛난 하루

아들 고마워! 네 덕택에 오늘 하루도 온 가족이 행복했어!

아빠 수영장 가야지

한참 꿈속에서 다이나믹한 여행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구나, 여긴 꿈속이구나'


내 정신세계가 설계해 놓은 여행 풍경은 연기가 바람에 흩어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들 아빠 조금만 더 자고 싶어"


"아빠 안돼! 오늘 수영장 가려면 빨리 출발해야 해"


'아....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일요일 아침인데 너무 피곤한걸.... 일어나서 청소도 하고 해야 하긴 하는데...'


아들의 재촉에 눈을 떠서 시계를 봤다.


"아들...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이야... 새벽 6시라고..."


그랬다. 내가 피곤한 건... 출근할 때도 잘 일어나지 않는 새벽 6시에 날 깨운 것이다. 아들이 너무도 이른 시간에 나를 깨웠다.


"아빠 조금만 더 잘 테니까 잠시 후에 깨워"


그러곤 다시 눈을 감았다.


아빠 수영장 가야 해

실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오전 7시다...


'한 시간 더 잤구나....'


"아들 아빠 너무 피곤해..."


"안돼 일어나! 수영장 간다고 약속했잖아!"


아들의 보챔에 일어나야 했다. 약속한 것이니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일어나 앉아 창밖을 쳐다봤다. 우중충한 것이 비 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들, 오늘 비 올 것 같아. 오늘 그냥 집에서 쉬자"


"안돼 안돼 수영장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가야 해"


"비 와도 수영장에서 수영할 거야?"


"응 난 수영장 가서 비 맞으면서 수영할 거야"


아들의 완곡함에 난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아빠 수영복은 내가 챙겼어!"


"아들 난 수영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너 수영하는 거 볼게"


"안돼 아빠도 같이 수영해야 해"


"....."


그렇게 우리의 하루가 시작됐다.

아빠 난 가면서 컵밥을 먹을 거야

"아들 지금 컵밥 집 문 닫았는데?"


"아빠 CU 편의점 가면 컵밥 있어!"


"우리 집 근처에는 CU는 없고 세븐일레븐하고 GS25가 있는데?"


"그래? 아무튼 저기 있잖아 거기 거기 편의점으로 가서 그 앞에 주차하고 컵밥 사면돼"


"응 그래...."


아들의 계획에 따라 편의점에 가서 나는 BIG 김치삼겹살덮밥을, 아들은 BIG 스팸마요덮밥을, 2+1 상품이라 아내를 위한 BIG 참치마요 덮밥을 샀다.


편의점 시식대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샤샤샥 비벼서 먹으려는데...


"아빠 난 이거 차에 가지고 가서 먹으면서 갈 거야!"


"아들... 차에서 먹으면 냄새가....... 그냥 여기서 먹고 가면 안 될까?"


"아니! 내 계획은 가면서 먹는 거야!"


"응.... 그래...."


아들 비가 많이 온다

덮밥을 들고 나오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에는 우천 시 계곡 같은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한강공원수영장은 문을 열었대"


아내가 검색을 했는데, 한강공원수영장이 개장했다는 이야기에... 아들만 신이 났다.


"아빠 출발~~~"


"응... 그래...."


그렇게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도착은 했지만, 여전히 비가 쏟아진다

쏟아지는 비로 아침 일찍 수영장을 방문한 가족 일행이 주차장으로 삼삼오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 그냥 집으로 갈까? 지금 다들 비가 쏟아져서 집으로 가는데?"


"아니! 난 비 맞으면서도 수영할 거야"


수영에 진심인 아들의 모습에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직원분이 "입장은 가능하지만, 번개 소식이 있어서 수영장에 입수를 못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고, 난 쿨하게 "저는 여기 왔음에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들어가니 수영장엔 넉넉 잡아도 20 가족이 안 되는 인원이 있었다. 큰 야외 수영장에 전체 인원이 어림잡아 50명도 안 되는 셈이었다.


'이야! 비만 그친다면 이건 정말 이 큰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인걸!!!'


뭔가 비만 그치면 횡재한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 하지만...


비가 너무도 쏟아져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들과 난 차에서 가져온 캠핑 의자에 나란히 앉아 우산을 펴서 비를 피하려 애썼다. 혹여나 아들이 감기에 들까 하여 가져온 수건과 무릎담요 등으로 아들의 몸을 꽁꽁 싸맸다.


'집에 가면 차에 바람막이랑 플리스 하나 넣어놓아야겠다'


사실 나는 너무도 추웠다. 그래도 아들이 나의 무릎을 덮으라며 수건 하나를 내줘서 아들의 따뜻한 마음 덕택에 버틸만했다.

그렇게 2시간 여가 흐르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번개 소식 때문인지 입수는 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비가 조금 그친 상황이라, 아들에게 따끈한 국물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들에게 뭐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난 소시지 같은 거 먹고 싶어!"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매점에 가니 역시나 따끈한 어묵과 국물이 있어 주문하며 눈앞에 보이는 기다란 소시지를 같이 계산했다. 9,000원.

왼쪽 소시지는 사진 찍기 전에 아들이 너무도 배고팠는지 먹어버려서 ㅎㅎㅎ
비 갠 뒤의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

따끈한 국물 덕택에 비바람으로 웅크렸던 아들과 나의 몸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딩동댕

드디어 기다리면 안내멘트가 나왔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비록 3시간가량을 비바람에 떨어야 했지만, 이 큰 수영장에 여유롭게 수영할 수 있다는 기쁨과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비 갠 뒤의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
비 갠 뒤의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
비 갠 뒤의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

그렇게 3시간 여를 기다리고, 2시간 여 동안 수영을 하고 아쉽지만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벌써 아내님은 오늘 일정도 완벽하게 계획해 두셨다. 난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비 갠 뒤의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에 있는 로즈가든 포토존
배스킨라빈스 브라운청담점

뚝섬한강공원에서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뚝섬한강공원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면 더 가까울 거리지만,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에서도 사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비가 온 덕택이었을까?

이곳 역시도 한적했다. 


나는 마침 창가 쪽에 자리가 나서 자리를 잡았고, 아내와 아들은 주문하러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내만 자리로 돌아왔다.


물어보니, 아내는 여기서는 아이스크림 퐁듀를 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아들이 아이스크림 샘플러 10 가지맛을 먹어야겠다고 하면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찾아가 샘플러를 주문해주려고 했으나, 키오스크에서는 '카카오톡 선물 쿠폰'을 사용할 수가 없어 매장 직원이 있는 포스기계로 주문을 넣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직권으로 아내님이 먹고 싶어 하는 "아이스크림 퐁듀"를 주문하고 아들에게는 큼직한 아이스크림 콘을 사주는 것으로 중재를 했다.


아들도, 아내도 모두 만족하는 눈치였다. 물론 아들이 조금 아쉬워한 것은 있다. "아빠는 늘 엄마편만 든다"라고 말이다.


'너도 결혼해 봐라. 아내한테 잘못보이면 국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빠를 이해하게 될 거다'

베스킨라빈스 BROWN청담점 아이스크림 퐁듀

사실 12가지 아이스크림이 있었지만,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서 금방 먹어치웠다. 


아들에게 "아이스크림 퐁듀는 12가지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데 왜 10가지 아이스크림 샘플러를 먹고 싶었어?"라고 물으니, "아이스크림 퐁듀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선택할 수 없고, 10가지 아이스크림 샘플러는 내가 먹고 싶은 맛을 고를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역시 아들은 아이스크림에 진심이다. 


근데 이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12가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손님에게 일일이 12가지를 선택하라는 것이 번거롭다면, 2~3가지 콘셉트를 잡아서 고르도록 한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랜덤이면 나처럼 녹차를 싫어하는 이에게는 너무 복불복이니 말이다.


리뷰를 보면 엄청 많은 이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했지만, 이날은 운 좋게도 한적했다.


아참, 인형 뽑기도 있긴 했으나 기대 안 하는 것이 좋다. 직원분께 여쭤보니 있긴 있으나 집게가 벌어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냥 재미용으로만 생각해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들과 그냥 벌어지지 않는 집게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으로 만족했다. 집게가 벌어지지 않으니 집을 수 없어 아들이 많이 아쉬워하긴 했지만... ㅎㅎ

아레나 50주년 팝업스토어

그리고 마침 청담동에서는 아레나 브랜드의 50주년 팝업스토어가 진행되고 있어 잠시 들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무언가 대단한 것을 준비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볼풀과 상품 뽑기가 전부였다.


아레나에서 예산이 부족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사를 치렀다는 정도로 진행한 것이라면 이해할 것 같은 수준이었고, 만약 예산은 풍족했음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마련된 것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 행사였다.


볼풀이라는 것이 수영이라는 콘셉트의 아레나를 상징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정말 인스타용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정도 이상의 가치는 주지 못한 듯하다. 물론 인스타용 사진 찍기도 이벤트 중 하나여서 찍긴 해야 상품 뽑기에 응모할 수 있다.


그냥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아레나가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과연 이 팝업스토어가 아레나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아레나 50주년 행사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위해 기획하고자 하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요즘은 계속 고민하는 것이 바로,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매출 증대를 어떻게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홍보와 마케팅 활동은 뜬구름 잡는 예산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아들이 엄청 너무나도 좋아하는 '샤오롱바오'다. 


광진구에 위치한 곳인데, 교포(?)분이 직접 운영하시는 곳인 듯 보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 위에 있는 포스트잇에 음식 번호와 개수를 적으면 된다.

샤오롱바오는 고기 샤오롱바오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육즙도 좋았고 정말 '딘타이펑'과 비교해 가성비 좋은 곳이었다. 언제든 샤오롱바오가 먹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할 정도로 말이다.


다만, 얼큰 훈둔면은 매콤한 칼국수 같은 맛인데. 이건 마치 1차 소맥으로 거하고 마시고, 2차 맥주로 입가심을 했고, 3차로 배는 너무 불러서 술을 마시긴 해야 할 때, 이럴 때 와서 원하는 술을 시키고 '얼큰 훈둔면'을 시키면 해장이 되면서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그럴 때 먹으면 좋을 듯한 메뉴다. 상황적으로 설명하면 그렇다.


(아들이)
신나게 수영을 하고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아이스크림 퐁듀를 먹으며 도로뷰를 감상하고
(아들과 아내가 좋아하는)
샤오롱바오 맛집에서 배불리 먹고 나오니
오늘 하루가 참 뿌듯하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감사했다.


아들이 새벽 6시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아빠와 엄마를 깨워준 덕택에 이렇게 하루에 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즐겁고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뭔가 하루를 정말 알차게 쓴 것 같아서 기뻤다.


"아들 고마워! 아들 덕택에 오늘 하루도 온 가족이 많이 웃을 수 있었어! 네 덕택이야"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아들이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제 이 나라의 새로운 주역으로 아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으면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았음을 후회할 날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도전해서 실패할지언정, 도전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때를 놓친 것을 후회하는 삶은 살지 말자는 나의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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