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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16. 2023

고용불안 시대,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

허위 경력, 허위 인맥 실상을 듣고 나니 내 주변에도...

형님 오랜만이에요

지난주 토요일 밤, 오랜만에 친한 형님이 우리 집 앞으로 잠시 얘기 좀 하자고 찾아오셨다. 참 오랜만에 뵙기도 하고, 참 멋지게 치열하게 지난 날들 살아오신 것 같아 내가 다 뿌듯할 정도로 형님은 성장해 계셨다. 나랑 나이가 얼마 차이 나지 않음에도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이뤄내셨다. 현재 기업체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는 형님께 안부를 여쭙는 동시에 그동안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형님께 "저도 열심히 살았고, 살고 있어요"라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네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거지?"


형님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거두절미하고 워딩만 적어놓으니 쏘아붙이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아주 정장하고 조심스럽고 예의를 갖춰서 내가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배려가 담겨있는 뉘앙스의 질문이었다. 물론 형님은 뒤에 한마디를 더 붙여주셨다.


"사실 내가 요즘 사람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제는 사람을 못 믿겠더라고"


그랬다. 형님에게도 말 못 한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있으셨던 것 같았다.


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스타트업의 생리상 경력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리라고 한다. 이직이 잦기도 하고, 꽤 상당한 내공과 커리어가 받쳐줘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형님은 최근 경력자로 한 명을 뽑았는데, 그 사람이 자칭 홍보/마케팅/대관/사업기획 등을 모두 통틀어서 본인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심지어 대기업에서 오너 관련한 비밀스러운 업무를 봤다고 했다고 한다.


형님은 일단 급하게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경력 증빙 서류에 대해서 제출해 달라고 했으나,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반해(?) 경력 증빙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다고 다. 근데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오너 관련해서 아주 비밀스러운 업무를 봤던 사람이니 경령 사항에 그런 일들이 적혀있을지 만무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의 말만 믿고 일단 뽑아서 그의 능력을 확인하는 길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입사하고 나니 그는 업무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본인의 복지나 처우에 대해 더 많은 걸 요구하기만 했다고 한다.(혹시나 개인이 특정될 수 있으니 디테일한 부분은 생략하겠다)


또한 그의 업무 능력은 면접 당시에 그가 말했던 화려한 말솜씨와는 다르게, 많은 부분이 서툴러 보였고, 실제로 업무를 해봤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또한 그는 말은 청산유수였으나 그 이후에 진행되는 것이 없어 정말 그가 이전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형님은 너무도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내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그가 기재한 경력사항은 모두 허위였으며, 그가 대기업에서 팀장을 했었다는 것도 거짓이었고, 그는 해당 기업에 근무한 이력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해당 대기업에서 일했던 것이 아니라, 관련 협력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고 협력사에서 팀장도 아니었으며 말단 직원에 불과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데....
허위경력이라는 새로운 영역과 마주하고 나니
주변에 은근 그런 일이 잦은 것을 인지하게 됐다
비단 포털만 검색해 봐도, 허위 경력에 대한 인사팀장님들의 노동 관련 문의 게시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형님한테서 메일 한 통이 왔다.


최근에 여러 사람들과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우연히 모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일했었고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임원으로 일하신다는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리고 마침 그제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형님과 점심을 할 일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형님이 그 당시 해당 본부의 팀장으로 일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그 형님이 모셨던 본부장은 내가 최근에 인사를 나눴던 스타트업 임원이 아니었다. 동명이인도 아니었고, 전혀 다른 분이었다. 그는 해당 사업본부장이 아닌...... 협력사..... 팀장이었다고 한다...


너무도 놀라 해당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더 놀라운 것은 해당 사업본부장과 함께 일하는 ceo의 자기소개를 보고 나서다. 그는 자신이 내가 있는 회사의 신사업을 리딩했다고 적어놓았다.


'도대체 그분은 내가 다니는 이 회사의 어떤 사업을 리딩했다는 것일까? 우리 회사에 정말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분이 우리 회사의 신사업을 리딩했다고 당당하게 적어놓을 것일까?'라는 반감이 들 정도였다.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력이 부풀려지고, 업무 자체에 대해서 검증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보니 그냥 본인이 적으면 모두 그게 사실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우연히 업무로 만난 분이었는데 그는 내가 친하게 지내는 분과 아주 절친이라며 내게 말했고 나중에 같이 보면 좋겠다고 해서 셋이서 약속을 잡았다. 셋이서 기분 좋게 저녁자리를 마치고 업무로 만난 분은 먼저 집에 가셨고, 친하게 지내는 분과 나는 술도 깰 겸 해서 잠시 걸었다.


"혹시 오늘 함께 나온 분하고 친해?"


형님이 내게 먼저 물어보셨고, 나는 조금 의아하다는 듯 답했다.


"저는 최근에 업무를 같이 하게 돼서 알게 된 분인데, 형님하고 절친이라고 하시던데요?"


"어????? 그래??????? 아닌데.... 나 몇 년 전에 한 번 보고, 이번에 네가 보자고 해서 두 번째 보는 건데?"


그랬다. 그는 내가 아는 형님과 수년 전에 형님이 기억나지도 않는 그런 오래전 어느 날 잠시 지나가며 밥 한 번 먹은 사이였다. 그런데 그는 내게 그 형님이 자기와 절친이라고 했으니...


'점심 한 번 먹으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커피 한 잔만 해도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밥 한번 먹었다고 내게 절친이라고 말한다면 어쩌면 오늘 나랑은 저녁에 술을 마셨으니 어디 가면 나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도 있겠구나...'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제각각이고, 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말 고급인력에 대한 고연봉의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사전에 경력확인에 대한 개인 동의서를 받고, 해당 경력자에 대한 경력 확인을 해당 기업 인사담당자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적어도 관련 업무를 실제로 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를 직접 하진 않았다고 하더라고, 관련 업무를 했다면 적어도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가에 대한 프로세스는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대기업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해당 업무도 아주 세세하게 쪼개져 있고, 대부분의 업무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그렇다 보니 여기저기 내부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회의가 많다. 원하면 어디든 발을 걸칠 수도 있을 수 있다. 능력에 따라서 말이다.


어떤 이는 발만 걸쳐놓고 회의 한번 참석한 일이 마치 자기가 주도적으로 해낸 것이라고 경력 면접에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직에 성공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 정도의 거짓말은 입사 후에 본인의 역량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일단 입사하고 나면 쉽게 자를 수 없으니 통과만 하고 보자"는 '생계형 모르쇠'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라면 '월급 루팡' 한 명 추가되는 셈이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굉장한 리스크가 되는 셈이니 꼭 주의하기 바란다.


참 씁쓸한 이야기지만, 기업 경영을 꿈꾸는 또는 인사시스템, 노동법 자체를 모르고 그냥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 예비 사장님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 기록으로 남긴다.


현실이 궁금하다면, '허위 경력'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시길...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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