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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26. 2023

짐은 나눠갖는 게 아니야

행복을 원한다면, 나만 힘들면 돼 그럼 모두가 행복해

형 육아가 만만찮다
형은 기자 하면서 우째 키웠어....

친동생 같은 후배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최근 출산을 했고 이제 태어난 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형 기자 수습생활보다 힘든 듯해... 잘 이겨내야지..."


후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단함이 묻어나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네가 잊어서 그렇겠지만, 수습 때랑 비슷할 거야. 잠 못 자고 자꾸 나한테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 쾍쾍지르고 ㅎㅎㅎ 말도 안 통하고"


"형 정말 말이 안 통해.... 나 정말 육아하면서 진짜 내 밑바닥을 보게 되는 것 같아 ㅠ_ㅠ"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거야. 늘 희생해야 해. 그러니 부모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하겠지? 이제 너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거라 생각해 봐. 아빠가 되어가는 거야"


"형 진짜 매일매일 기도할 수밖에 없지. 늘 고마워 형"


"ㅎㅎ 아멘!!!"


사실 육아도 그렇고 인생은 단순하다
내가 다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나만 힘들면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다. 


물론 사회에서는 얌체 같은 뺀질이들이 많아 굳이 내가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진 않지만, 가정에서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빨래도 설거지도 육아도 내 여력이 되는 전부 다 해보려고 말이다. 그건 오직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다. 내가 힘들면 모두가 웃는다. 내가 웃으면 가족이 힘들다는 증거다. 그래서 난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면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건 단순했다.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마라. 나만 힘들면 모두가 편안해진다"


이게 바로 내가 깨달은 인생 속 진리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짐은 나눠가져야 덜 힘든 거라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짐은 나눠 가지면, 다 같이 힘들다. 그런데 혼자 짊어지면 다른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다. 그러니 짐은 내가 지면 모두가 편해진다"고 말이다. 물론 사회생활하면서는 짐을 무조건 받는 연봉의 비중으로 나눠서 져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가정에서의 짐을 말하는 것이다. 혼자서 짐을 지고 가면 힘겹지만 버틸 만큼 버텨내고 쓰러지면 된다. 그럼 가족이 옆에서 부추겨 준다. 그게 행복이다.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은 오직 내가 모든 짐을 짊어질 때 가능해지는 일이다. 나만 힘들면 된다. 육아는 공동육아라고 상대에게 떠넘기려고 애쓰면 안 된다. 그냥 체력적으로 더 좋은 내가 하면 된다.


오늘은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긴다.


아들, 나중에 결혼해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혹시라도 가정 속에서 아내와 자식으로 힘이 든다 생각이 든다면 이 글을 찬찬히 읽으며 너 자신을 되돌아보렴. 네가 가족을 위해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지 말야. 네가 홀로 가족의 짐을 짊어지고 있지 않아 힘든 거라면 이제부터라도 네가 모든 짐을 짊어지렴. 그럼 아니러니 하게도 행복이 찾아올 거야. 가족의 웃음이 다시 살아날 거야.


2023년 7월 26일 지난 1년간 술을 끊고 가족을 위해 애쓰며 살다 보니 느낀 소회를 적어본다.
오해소지가 있을 수 있어
추가한다

(추가1) 물론, 얌체족들이 있거나 아주 이기적이어서 자기만 편하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조직이라면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 무조건 나눠라. 무조건 연봉의 비례해서 나눠야 한다. 돈을 덜 받으면서 책임을 지려고 하지 마라. 책임을 지라고 직책자가 있는 것이다. 책임지라고 직책자 수당을 더 받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함부로 하려고 하지 마라. 그건 직책자의 몫이니 말이다.


자칫 앞장서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결국 본인도 가정도 힘들어진다. 


(추가2) 물론 내 입장에서는 내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내 입장에서는 아내가 최선을 다해서 가정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각자 최선을 다해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가정 내 모든 일을 혼자서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대로 체력을 다해서 하고 있는 것이고, 아내는 아내가 처한 상황에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정서적으로 아이를 나보다 더 잘 케어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내가 잘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3) 돌이켜보면, 가정에서 이건 내가 하고 저건 당신이 하고를 가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분쟁의 시작이다. 그냥 나누지 말고 내 눈에 먼저 보였다면 말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내가 한 행동이 아내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맘 편해진다. 피해의식도 없어진다. 그러니 그냥 설거지감이 쌓여있으면 그냥 하자. 음식물쓰레기가 꽉 찼다면 그냥 비우자. 분리수거 날이면 그냥 분리수거하자. 일요일아침이면 청소기를 돌리자. 빨래통이 차있으면 빨래를 하자. 주말에는 아내가 쉴 수 있게 아이와 나가서 놀고 들어오자. 아내가 혹시라도 서운해 할 수 있으니 "같이 갈래?"라고 물어는 보자. 1년여 동안 내가 먼저 하다 보니 요즘 가정에 웃음이 피어나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게 행복이다. 행복은 나를 버려야 찾을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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