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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9. 2023

우울할 땐 글쓰기

잊고 싶은 우울함이 만든 내 과오들의 여파...'그래 다 내 탓이지'

내가 좀 도와줄까?


"아냐 됐어!"


선의로 도우려 한 말과 행동이었지만, 상대의 날카로움에 내 마음이 깊게 베였다.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잖아..."


그냥 잘해보려고 도와주려고 했던 일이었는데... 상대에게 내 선의가 오히려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으로 다가갔나 보다.


"왜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그래?"



'그게 아니라... 난 혼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한 건데...'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조용히 그리고 내 마음속 상처를 느끼며 주저앉아버렸다.


마음이 촤악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싶었던 마음을 둘러싼 호르몬이 분비됨이 느껴졌다. 우울함이란 호르몬이다.


애써 힘을 내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호르몬은 더욱더 강하게 분비되는 듯했다. 늘 그렇듯 우울함이 찾아오면 상대를 탓하기 시작한다. 나는 언제나 옳았다는 듯, 상대에 대한 온갖 지난날의 서운함과 상대가 내게 했던 잘못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지금 이 감정에 휘말리면, 지금 내 마음을 집어삼키려 달려드는 어둠에 동조하면 오늘 내 하루는 헤어 나오지 못할 늪과 같은 감정으로 뒤덮어질 것이라는 걸 말이다.



갤럭시버즈를 귀에 꽂았다


신나는 노래를 들기 위해서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신나는 노래가 나온다.


'이 노래가 아닌데...'


다른 곡을 재생했다.


'이 노래도 아닌데...'


계속해서 내 마음을 위로해 줄 노래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어떤 신나는 노래도, 우울한 노래도, 감성적인 노래도 지금 내 마음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브런치스토리를 열었다


걸으며 내 마음을 담아내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마음이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속 감정들을 쏟아내니 그제야 쓰레기통을 비운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제서야 다시 이성을 찾게 됐다.


'그래 다 내 탓이지. 지난 우울함 속에 방탄하게 살았던 내 모습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니... 내가 다 감내해야 할 내 과거 행동의 결과, 주변사람들에게 상처 줬던 내 지난날의 과오에 따른 죗값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내 탓임을 인정하자, 마음을 가득 채우려는 어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속 씁쓸하게 느껴졌던 호르몬도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 다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지...'


그렇게 다행히도 난 오늘 나를 집어삼키려는 우울함에 먹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래...
우울할 땐 글쓰기지...


우울함이 내 이성을 교란하려 감정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때, 그때 내가 해야 할 건 신나는 음악을 듣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내 편에서 동정해 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건 오늘 내게 일어난 일이 나의 지난날의 과오로 인해 일어난 '내 탓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이다.


'그래 오늘도 내 탓이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나의 지난날의 내가 만든 결과다. 감내해야 한다. 모든 비난이든 냉대든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그게 내가 살 길이다'


글을 쓰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든 내 이성을 겨우겨우 찾아냈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브런치스토리에 쏟아내 버렸다.


내겐 글쓰기가 우울함의 치료제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금 되뇌였다.


'잊지 말자... 사는 건 원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내 마음의 위로...
마음의 선율...


문득 마음속에 울리는 선율이 있어 찾아보니 시네마천국 love theme였다..... 도입부의 선율이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랄까....


신나는 음악보다 잔잔하니 마음을 감싸주는 선율이 좋은 나이인 것 같다. 나의 오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과 이 음악을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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