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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5. 2023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들릴 때

영혼 없는 호응 필수! 최대한 빨리 대화를 바꾸거나 끊어야 해요

걔 정말 왜 그러냐?


평소 알고 지내던 A팀장님으로부터 전화 왔다. 직원 한 명이 팀장을 무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팀워크를 엉망으로 망가뜨리고, 그것도 모자라 임원의 지시만 따르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으셔서다.


"팀장님!!! 사람은 변하지 않잖아요"


어두운 이야기를 오래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이 어두워질까 봐 겁이 나서였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세상 속 다양한 빌런들의 활약상을 굳이 내가 듣지 않아도 된다. 듣지 않아도 뻔하다. 그들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고구마 100만 개를 먹이며 본인의 편안함을 좇는지를 말이다.


"그러니까 말야. 걔는 왜 그런데냐?"


팀장님은 내게 물어보신 것이 아니다. 내게 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저 팀장님의 푸념일 뿐이었다.


"그러니까요! 걔는 자꾸 왜 그런대요! 그나저나 팀장님 요새 하시는 업무는 어떠세요?"


나도 똑같은 화법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걔 때문에 업무도 팀워크도 엉망이 됐어"


대화 주제 전환을 시도했으나, 그 직원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나 역시 그 직원과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정말로 너무도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마음속에 남아있음이 느껴졌다. 그 직원과 일할 때 심지어 잠시 끊었던 신경안정제 약까지 먹으며 마음 건강을 챙겼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직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팀장님의 지금 마음 상태가 오죽 답답했으면 내게까지 전화하셨을까란 생각이 들어 들어드려야만 했다.



내 기억 속 그 직원은 그야말로 안면몰수형 빌런이었다. 그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얕보이면 바로 하대했고,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남보란 듯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마치 자기 혼자 일하는 양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상대방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실명과 그 사람이 했던 지난날의 과오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주변사람들을 깎아내리는 것을 즐겼다. 그것이 본인을 우월하게 만든다는 착각 속에 사는 이 같았다.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강한 전형적인 야비한 빌런이었다.


"팀장님 마음 건강 잘 챙기세요"


빨리 끊고 싶어. 대화를 자꾸 전환하려 애썼다. 하지만 팀장님은 여전히 하실 말씀이 많으신 듯했다.


"그러니까. 걔는 팀장도 무시하고 임원한테만 잘 보이면 된다고 말하던데 걔는 정말 왜 그런대냐?"


"그러니까요!"


그렇게 난 팀장님의 30분 간의 푸념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전화가 끝났다. 그리고 내 마음이 조금 어두워졌다.


마음속에 뭔가 모를 답답함이 가득한 것이 느껴졌다.


'아.... 마음이 너무도 답답해졌네....'



사실 직장생활 속 어려움이라는 것이 일의 어려움도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직장상사, 그리고 직장 동료 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직장 생활은 일의 능력이 아니라, 인사권자에게 아부해서 승진하는 이들이 더 많아서 일 것이다. 작은 회사는 CEO가 직원들 면면을 한눈에 모두 다 파악할 수 있지만, 조직이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인사시스템으로 조직이 유지돼야 한다. 문제는 인사시스템이라는 것이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돌아간다고 하지만, 정성적 평가, 비계량적 평가에서는 결국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 보니 결국 인사권을 가진 직책자의 맘에 들면 계량적 요소, 핵심 역량이 떨어져도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이 직장 생활이고 조직 생활이다.


무능한 직원이 아부하고 줄을 대서 승진을 해서 임원이 되면,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부류의 이들이 줄줄이 승진하며 세력화하게 된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관심도 없는 이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그런 이들이 직책자 자리를 모두 꿰차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직원들이요, 나가떨어지는 것은 일 좀 한다는 이들의 체력일 것이다. 노는 놈들은 계속 놀고, 일하는 이들은 계속 쏟아지는 업무 과중을 감당해야 할 테니 말이다.



결국 일 좀 하는 유능한 직원들은 번아웃되어 병가를 내거나, 지옥 같은 이곳을 벗어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게 된다. 그리고 일 할 줄 모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이들, 이직할 수도 없고 이직할 마음도 없는 이들이 좀비처럼 남게 되어 조직은 점점 더 병들어가게 된다.


지금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쓰는 것 역시, 내 마음이 어두워져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이 지금 이런 빌런들 때문에 고구마 100만 개를 먹으며 매일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적는다.


살아보니, 빌런들은 끝이 좋지 않다. 지금 당장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들의 빌런 행각은 드러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해서다.


어두운 이야기가 들릴 때 난 흘려들으려 애쓴다. 상대의 푸념과 하소연이 내 마음속에 꽁꽁 가둬놓은 내 마음속 우울함 상자를 열어버리지 못하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야기를 듣는 게 좀 많이 힘들었다. 듣고 싶지 않은 빌런의 이야기, 너무나도 그의 몰상식하고 몰염치스러운 행각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속에 답답함이 차올랐고,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속의 답답함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내가 원치 않는 어두운 이야기를 내게 쏟아낸다면, 맞장구는 치는 것은 괜찮지만 같이 험담하지는 말자. 어차피 험담을 해봤자 병드는 것은 내 마음이다. 뒷담화는 내 정신건강과 마음건강에 굉장히 해롭다. 내가 뒷담화한다고 빌런이 타격을 입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빌런은 평판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러니 빌런 행각을 계속해대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빌런은 어차피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떤 행동으로 주변을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런 빌런들을 상대하기보다, 내 마음 건강을 위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오늘도 그런 부류의 빌런으로 마음이 힘든 분이 있다면, 잠시 나가서 크게 심호흡하고 차라리 그 순간 내게 소중한 이들을 떠올려보자. 나를 웃게 하는 사람, 내게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또는 직장 동료가 있다면 같이 커피 한잔하며 여행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혹시 여행주제를 찾지 못했다면, 광화문덕의 브런치스토리에 호주이야기부터 마카오, 베트남 다낭, 미국 서부 등 해외여행 이야기부터 국내 여행 이야기까지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이 글들을 참고 삼아 대화 주제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 제안한다. 브런치 홍보도 겸해서 ^^;;


결론은, 오늘도 마음 건강 잘 챙기며 잘 버텨보자!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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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편


https://brunch.co.kr/brunchbook/secret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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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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