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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12. 2023

천 원짜리 돈뭉치

아들의 간절한 부탁

아빠 오늘 꼭 부탁해!


아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게 찾아와 부탁한다.


어제저녁의 일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논문작성하러 서재에 앉아있는데, 아들이 문을 열며 물었다.


"아빠 내가 가진 돈을 1,000원짜리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해?"


"돈을 1,000원짜리로 바꾸려면 은행에 가서 바꿔달라고 부탁해야지"


"그래? 그럼 은행 가면 바꿔죠?"


"보통 식당에서는 장사를 하셔야 하는데 잔돈이 필요하니까 아침에 은행에 와서 잔돈을 바꿔가시기도 해"


"그래? 아빠 잠시만!"


아들이 눈을 반짝이더니 자기 방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를 여러 장 들고 내 서재로 다시 찾아왔다.


그동안 저금통에 고이고이 모셔뒀던 돈들을 꺼내 온 것이었다. 그 돈들은 집안일하며 500원, 천 원 이렇게 모은 것에 명절 때 받았던 돈이 합쳐진 아들의 전재산이었다. 


우리 집만의 룰이 있다. 아들이 아침에 커피를 내려주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도와줄 때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아들에게 지불해 왔다. 비용은 아들과 협의해서 정한 액수로, 단위는 백 원 단위로 정한다. 아들은 사고 싶은 게 있을 때에는 우리끼리 협의한 집 안 경제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으면 된다.


그렇다 보니 나는 늘 동전 5백 원짜리와 백 원짜리, 그리고 천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대가를 언제든 지불할 수 있어야 해서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모은 돈이 만원이 되면 만 원짜리 지폐로 교환해 주고, 교환해서 얻은 동전과 천 원짜리는 다시 아들의 인건비(?)로 지불되는 식으로 화폐를 거래해 왔다. 


그 결과 아들의 금고 안에는 만 원짜리들이 꽤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근데 굳이 그걸 바꿔야겠어? 오히려 만 원짜리가 휴대하기 좋고 편할 텐데...?"


나는 굳이 왜 바꾸려 하는지 계속 캐물었다.


"아냐 아냐 난 1,000원짜리로 꼭 가지고 싶어"


"그게 왜 그렇게 갖고 싶어? 아빠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걸 굳이 1,000원짜리로 바꿔야겠어?"


"응! 아빠 꼭 좀 바꿔다 줘"


아들의 간절함이 너무도 느껴졌다. 아들은 그렇게 내게 몇 번이고 요청했고, 급기야 아침에 눈뜨자마자 나를 찾아와 다시 한번 요청한 것이었다.


아들의 간절함을 들어주고 싶어
KB국민은행 노원종합금융센터를 찾아갔다


점심시간이 됐고 KB국민은행 앱 'KB스타뱅킹'을 켜고 번호표'를 검색해서 지점찾기/번호표발행 메뉴로 들어갔다. 그리고 '노원종합금융센터'를 찾아 번호표 발행 버튼을 눌러 대기자로 등록했다.


렇게 미리 번호표를 앱으로 받아놓으면 은행창구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대기 예상 시간과 나의 대기 순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일을 보다가 내 대기 순서가 다가오면 그때 은행창구에 방문해서 은행업무를 보면 된다.


예전에는 이 기능을 잘 몰라서 은행에 가서 막연하게 기다리곤 했는데, 노원종합금융센터에서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 덕택에 이런 유용한 기능을 알게 됐고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원종합금융센터



'KB국민은행 노원종합금융센터'는 노원역 6번 출구 앞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대기 순서를 확인하며
구내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내 순서까지 5분 정도가 남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은행창구로 찾아갔다.


"혹시 단순 화폐 교환은 1층에서 기다리면 될까요?"


사실 좀 민망한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고픈 마음에 안내데스크 직원분께 조심스럽게 여쭸다.


혹시나 내가 은행업무를 자주 보러 오는 게 아니어서 잘못 대기신청을 한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다.


그리고 잠시 후 은행창구에 '42'번이란 번호가 표시됐고, 내 차례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것 좀 천 원짜리로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나 가능하다면 새 지폐로 부탁드릴게요. 아들이 너무도 갖고 싶다고 해서요... ㅎㅎㅎ;;;"


나는 너무도 뻘쭘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족까지 붙이고야 말았다.....


"객님 죄송하지만 지금 새 지폐가 없어서요"


"아니에요~ 천 원짜리로 부탁드려요!"


"네! 잠시만요"


직원분이 서랍에서 묶음으로 된 돈뭉치를 꺼내셨다. 그리고 띠를 푸르고 돈 세는 기계에 넣어 돈의 개수를 확인해 주셨다.


"저 죄송하지만 띠도 좀 묶어주시겠어요?"


"네. 그럼요! 묶어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사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띠로 묶어주시려고 했던 것 같았다. 직원분은 전혀 신경 쓰시지 않으시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너무도 민망한 티를 많이 내고 있었다.


"아들이 너무도 천 원짜리 뭉치를 갖고 싶다고 해서요"


나는 또다시 사족을 붙이고야 말았다.


"네!"


직원분은 내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고 돈을 꼼꼼하게 묶으시고 계셨다.


그리고 드디어 천 원짜리 돈뭉치를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 생각에 내가 너무도 신났다. 아들이 이 돈뭉치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라는 생각을 하니 잘 포장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ATM기기 옆에 놓여있는 봉투를 한 장 가져와서 조심스럽게 포장했다.



아들의 천 원짜리 돈뭉치를 보며 문득 피천득 님의 '은전 한 닢'이란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아들은 그냥 이 돈뭉치가 갖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걸 어디에 사용하거나 할 생각은 없이 그냥 이 자체가 갖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도 영화 속에서 돈뭉치가 나오는 장면이 많다보니 본인도 그런 돈뭉치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하다.



아들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날 왜 그토록 돈뭉치가 갖고 싶었는지 스스로 의아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여, 이것도 아들과 나의 소중한 오늘의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해 기록으로 남긴다.


- 2023.10.10. 천원짜리 돈뭉치가 갖고 싶었다는 아들의 간절한 부탁을 받은 날

광화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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