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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30. 2023

막판에 비겁해지는 사람들

[영화 리뷰] '서울의 봄' 속에 드러난 추악한 사람의 본성

인사시즌이다. 회사는 거대한 조직이다. 그 안에서 이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나와 이해관계가 얽힌 이가 소위 왕좌에 오르면 그 권력은 아래로 아래로 함께 공유된다. 그리고 이리떼들은 왕좌의 권위를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조직은 서서히 병들어가고 이들은 암세포처럼 조직을 순식간에 장악하려 퍼져나간다.




아들과 아내와 모처럼 함께 영화관에 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영화관을 찾았기에 온 가족 데이터 기분을 내기 위해 팝콘세트를 인원수대로 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한 영화관이라 설렜나 보다.




영화가 시작되고 전두광 님의 광채가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 눈에 들어온 건 '권력을 좇는 비열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었다.


소위 우리들이 시쳇말로 말하는 이리떼들의 특성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세가 유리할 땐 기세등등하고 세가 불리해지면 탓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영화 속 내내 반복됐다.


우두머리가 되긴 했으나, 그 자리가 가진 영광, 젖과 꿀만을 챙기려 했지, 그 자리가 가진 책임의 무게감은 지려 하지 않는 무능하고 추악한 인간의 본성도 잘 그려냈다. 자리만 탐하며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그들의 냉철함과 명석함은 이미 사라지고 나약하고 술과 여자, 돈, 권력에 찌들어 나이만 먹은 이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봄




어딜 가나 위로 갈수록 그런 이들이 득세하는 것이 조직이다. 조직에 필요한 냉철하고 명석한 판단을 하려 하는 이들은 불순분자가 되어 내쫓기게 되는 것이 인생사더라. 


어찌 하나같이 다들 왕좌에 앉기만 하면 아첨하는 이리떼들에 둘러싸여 정신줄을 놓고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사는지 아직 실무자인 내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내서 하는 것인데...




사실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4인의 영화티켓 값에 4인용 콤보팝콘 값을 내가 혼자 계산했어도 절대로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서울의봄




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속에 울분이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무능한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서다. 운이 좋아 높은 자리에 간 이들의 무능함, 큰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불의에 수긍하고 타협하려고만 하는 이들. 


'대화'라는 어디서 잘못 주워들은 건지, 시간 끌기를 하면서 상황자체를 오히려 망치는 이들... 그런 이들이 직책을 맡게 되면 모든 게 무너짐을 보여줬다. 조직에서 그래서 직책자는 중요한 자리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다고, 자신의 명령대로 무조건 따르나고, 아부하고 허위보고하고 거짓으로 숫자를 만들기를 밥먹듯이 하며 조직을 망가뜨리는 이들에게 직책자란 명예와 권력을 줘서는 안 된다.


서울의봄




44년을 살아오면서 나도 그런 부류의 이들을 많이 겪었다. "형만 믿어"라고 했던 이가 하루아침에 "저 새끼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했던 그, "나만 믿어 걱정 마"라고 했던 이가 자신이 불리해지니 "내가 언제?"라며 말을 바꾸며 자신의 곤란함이 내 탓인 양 치부하던 그,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휘두를 땐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지만, 세가 불리해지면 바로 자신의 살길부터 찾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역사는 역사가 심판할 수 있다. 권력자가 권력을 잃으면 그가 휘둘렀던 권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그랬다. 그건 변치 않는 진리다.


서울의봄




1979년 12.12 우리나라의 운명이 바뀐 그날, 그들 '서울의 봄'


아직 영화를 안 봤다면 꼭 보길 바라며,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적었다. 다시는 그러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이리떼 같은 이들이 무력으로 권력을 잡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서울의봄


2023년 11.30 아들과 아내와 함께 본 '서울의 봄'을 기억하고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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