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마음의 빚

아내에게...

by 광화문덕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다면서

지난달 아내의 말이다. 원망을 가득 담아 내게 토로했다. 지난 7월자 인사발령이 나기 전 난 아내와 내 거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출입처를 떠나 뉴미디어부 SNS팀에 지원을 해보겠다고 하면서...


내가 SNS팀을 지원한 이유는 분명했다. 독자가 어떤 기사에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다. 기사를 써내는 것 보다 변화하는 독자의 기사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나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근이라서 이제 집에 일찍 올 수 있어. 당신을 무섭게 했던 내 밤샘 근무도 빠질 거고. 아이랑 놀아줄 시간도 더 많아질 거야"라고...

거짓말쟁이가 된 나

그런데 오히려 더 바빠졌다. 저녁 술자리는 출입처 나갈 때보다 더 많아졌고 팀 단위로 움직이니 나만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예전 출입처에선 혼자 움직이니 내가 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그런 능력을 잃어버렸다. 마치 다시 수습이 된 느낌이랄까...


보통 6시20분쯤에 퇴근하는데... 집에 도착하면 빨라야 8시다... 중간에 지하철을 놓치기라도 하면 9시 다 돼서 도착한다... 회사에서 집까지 너무 멀었다...


밤샘근무도 역시나 변함없이 서고 있다. 주말 24시간 근무도... 이건 회사에 인력 구조와 관련된 거라... 어찌할 수 없긴 하다...

폭발

아내는 10월 내 일정을 보고 결국 폭발했다.


10월 한 달 동안 주말에 내가 온전히 집에서 쉬는 날이 3일 정도였다. 회사 워크숍에... 출장에... 엠티에...


아내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해야 했다. 11월과 12월에는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뒤 10월 일정을 가까스로 소화했다.

왜 그렇게 잡혀사니?

많은 이들이 내게 말한다.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크게 반박하거나 하지 않는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어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내 삶의 지침서와 같은 말이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서로 협력해서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이 가정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밖에서 아무리 인정받고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집에 들어와서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삶이라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그렇다.


일과 가정에서의 균형이 중요하다. 일을 하는 것은 가정을 위해서지 일을 위해 가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내에게 그래서 늘 미안하다. 예전 임신했을 때에도 갑작스럽게 사건팀 발령이 나서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


임신 초기 남편의 역할이 중요할 때 난 조직의 논리로 수습 교육이란 명분으로 팀원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거의 매일...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철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닌 결혼한 남자였죠. 애가 태어나고 육아란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아내는 당시 묵묵히 혼자 이겨냈지만... 참 많이 힘들어했음을 알고 있다...


그런 아내이기에 마음의 빚이 더 커진다...

근무... 출장... 근무...

이번 주 밤샘 근무에 출장에 밤샘 근무.... 일주일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만 절반이다....


오늘도 아내에 대한 마음의 빚은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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