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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08. 2025

아들이 선물한 사랑의 조각들

드래곤볼이 되어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오늘은 함박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수놓아져 마치 겨울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아들은 아파트 앞에 소복이 쌓인 눈을 쓸어내며 웃음소리를 띄운 채 눈놀이에 빠져들었고,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와 내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달달한 게 땡기지 않아?"


아내가 제안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 운전은 좀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


나는 보수적인 의견을 냈지만, 도로 상태를 보니 눈은 쌓였지만, 도로까지만 나가면 도로에 눈이 다 치워져 있어 이동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래 가보자"


그렇게 우린 함박눈이 내린 주일 오후, 동화 속처럼 새하얀 거리를 지나, 별내동에 위치한 카페 'SO, YOU'를 찾아갔다.


큼직한 매장에 넓은 주차장 공간이 있어 마음이 탁 트인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야외 공간에는 온통 눈밭이어서 반려견 우니와는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긴 했다.


길고 긴 소시지빵에 나는 연유와 모카가 어우러진 당스파이크 네모빵, 김밥을 크루아상(?)에 넣은 건강식처럼 보여서 선택한 김밥빵(?)그리고 뜻한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여기에 달달함을 더해줄 양송이 수프를 시켰다. 5프로 할인을 받아서 가격은 3만 8천950원.... 가격은 꽤 있지만 이렇게 큰 카페를 운영하려면 납득이 가는 금액이라 우리 가족의 오후 쉼에 대한 대가치고는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 앞에 놓인 달달한 빵과 따뜻한 커피놓인 테이블 위로 창밖의 눈 내리는 풍경이 더해지며, 그야말로 여유로운 2025년 1월 겨울의 오후가 완성됐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감싸 쥐고 아내는 독서를 하고, 아들은 태블릿으로 마인크래프트에 빠졌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함박눈이 춤을 추고 있었고, 카페 안에는 카페 '소유(SO, YOU)'를 찾아온 가족,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주일 오후는 뜨거운 햇살 아래 녹아내린 눈처럼 순식간에 스르륵 사라지고, 창밖으로 드리운 어둠이 어느새 세상을 감싸 안았다.


겨울밤의 공기는 싸늘하게 변해 뺨을 스칠 때마다 낮의 온기마저 아련하게 흩어졌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눈 위로 부서지듯 반짝였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고요한 밤의 적막을 더 깊게 만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웃던 따스한 순간들이 마음 한편에 아련한 여운으로 남아, 나는 창문을 열어 겨울의 차가운 숨결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새롭게 다가올 하루를 떠올리며,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잔잔한 평화를 머금고 있었다. 달빛은 희미하게 내 방을 비추고 있었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내일의 여정을 떠올리며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출장은 특별하다. 아들이 태어나고 처음 떠나는 해외 출장. 설렘과 책임감이 뒤섞인 마음 한편에는 아들에게서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묵직했다.


“아빠, 이 배낭이 제일 편할 거 같아. 여기에 다 넣어.”


아들이 내게 건넨 배낭은 최근에 산 큼직한 배낭 겸용 가방이었다. 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챙기기 시작했다.


“출국할 때는 이 옷이 제일 좋을 것 같고, 현지에서는 이거 입으면 따뜻할 거야.


아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너무나 정성스러웠다. 그는 저녁에 입을 편안한 옷까지 코디해 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옷을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아들은  출장일정을 물어가며 내게 자신이 세운 꼼꼼한 계획을 알려다.


"이런 바지는 입고 다닐 때 패치를 떼고 다녀야 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내 스톤아일랜드 바지에 붙은 와펜을 보며 아들이 말했다. 세심하게 아들은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은 작은 손가락으로 가방의 모든 포켓을 가리키며 귀중품 관리 요령까지 세심히 일러줬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그 순간, 아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다 챙겼지?”


"응 이제 다 챙긴 것 같아"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난 뒤에도 아들은 다시 가방을 열어보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여권은 여기 넣고, 귀중품은 여기 두면 돼! 항상 몸 가까이 두고 다녀야 해”


그의 작은 손가락이 가방의 주머니를 가리킬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세심한 배려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마운 마음에 가득 차면서도 말로는 다 전할 수 없었다. 아들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자정이 다 되었다. 밤이 깊어 아들과 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아빠, 아침에 꼭 깨워줘.”


“알았어, 꼭 깨울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잠을 청하려다 아들이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뭔가 더 챙겨주려고 하는 것 같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


아빠 방에 뭐 놔둔 거라도 있어?


“아니 아니, 아빠 간식 몇 개 넣어놨어. 배고플 때 드세요.”


아들내게 말했다. 


“간식 몇 개 넣어놨어. 배고플 때 먹어


아들의 말에 나는 묘한 울림을 느꼈다.


“고마워~ 아들!


내 짧은 대답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응축됐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다. 지금 시간 출국 당일인 새벽 6시. 창문 밖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찬바람이 깨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잠이 깼다. 부지런히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짐을 확인하려 가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가방 위에 놓인 작은 쿠키와 한 장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의 따스한 마음이 살며시 내려앉은 듯한 모습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밤사이 누군가의 사랑이 나를 향해 조용히 다가왔음을 느끼며, 나는 손을 뻗어 그 작은 선물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출출할 때 먹어 ^^ - 아들


나는 한참 동안 아들의 손 편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편지를 읽는 순간 내 마음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따뜻함이 느껴졌다. 


'첫 연애편지를 받았을 때의 마음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버스에 올라 창밖으로 보이는 아직 검푸른 새벽을 바라봤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내 마음은 따뜻했다. 작은 손으로 건넨 쿠키와 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아들의 사랑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았다.


“아들, 조심히 다녀올게”


번 출장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아들이 내게 선물한 사랑의 조각들이 드래곤볼이 되어 나의 출장 여정 동안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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