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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불꽃은 계속된다

은퇴한 선수들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걸고 야구를 한다

by 광화문덕

오늘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유난히 밝았다.

유리천장을 뚫고 스며든 햇살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약속처럼 따뜻하고 반가웠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걸음도 가벼웠고

푸른 하늘은 맑고 높았으며

구름은 말없이 고요히 떠 있었다.


햇빛은 건물 사이를 누비며

바닥 위에 얇은 금빛을 흩뿌렸고,

나는 그 속을 천천히 걸었다.


4층 식당가로 향하던 길,

3층 광고판에서 문득 한 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한 문장.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삶이란 반짝이는 순간들의 연속이 아니라,
그 사이의 어둠을 견디는 과정이다.”
— 존 윌리엄스, 『스토너』


햇살 좋은 날이다.

명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장 속에서

‘어둠’이라는 단어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지닌 어둠이 있었기에

그 한 문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오늘의 햇살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켜고,

불꽃야구 5화를 틀었다.

어젯밤 라이브로 공개된 따끈한 회차였다.


‘최강야구’에서 ‘불꽃야구’로

프로그램명은 달라졌지만,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그대로다.


은퇴한 선수들이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고 경기를 한다.

과거 현역 시절 스타, 박수와 함성을 한 몸에 받았던 이름들.


그들이 이제는

고등학생, 대학생, 독립야구 선수들과

같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달리고, 웃고 있다.


불꽃야구.png 스튜디오시원 StudioC1

“멋진 인생이다...”

나는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혼잣말을 흘렸다.

단지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흘리는 땀 속에서 나는 시간을 봤다.

무릎을 움켜쥐고 숨을 몰아쉴 때,

그들은 단지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세월에 밀리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사람은 누구나 빛나는 순간을 갈망한다.

하지만 빛은 너무 쉽게 사라진다.

화려한 순간은 스쳐가고,

대부분의 시간은 기다림, 반복, 침묵의 연속이다.


불꽃은 찰나지만,

그 불꽃을 위해 견뎌야 했던 ‘어둠의 시간’들.

내 마음속에 그들의 서사가 들어왔다.


화면 캡처 2025-06-03 215008.png 불꽃야구(Burn to Win) Ep.5 ㅣ 스튜디오시원 StudioC1


오늘은 그런 날이다.

햇살은 유난히 따뜻했고,

한 문장이 마음 깊이 들어왔고,

한 편의 서사가 내 마음을 울렸다.


나도,

그들처럼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 사람처럼 오래 야구하고 싶다,”
“그 사람처럼 인생을 진하게 살고 싶다”
그런 말을 듣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산다는 게 무엇일까’를 자주 고민한다.


오후에 봤던 문장을 다시금 되뇌었다.


“삶이란 반짝이는 순간들의 연속이 아니라,
그 사이의 어둠을 견디는 과정이다.”


요즘 자존감이 많이 흔들린다.


30대엔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이건 내 성장의 기회야’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부딪히고, 빠르게 적응하며 성장해 왔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니

예전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주 묻는다.

‘내가 잘하던 것을 하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견디며 버텨내듯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내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늘의 햇살과 문장을 떠올린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되뇐다.


나의 하루가 어땠든,
그 하루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으니까.


내가 웃을 수 있었던 평온한 날들.
그 모든 순간은
‘당연했던 시간’이 아니라,
기적 같은 하루였다고 감사해야 한다고.


“빛은 언제나 찰나고,

삶이란 반짝이는 순간들의 연속이 아니라,

그 사이의 어둠을 견디는 과정이니까.”


화면 캡처 2025-06-03 214640.png 불꽃야구(Burn to Win) Ep.5 ㅣ 스튜디오시원 Studio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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