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식과 엄마

밥을 먹다 문득 든 생각...

by 광화문덕
애슐리 갈까?

온종일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외식 제안이다.


아내는 얼마 전 '항생제의 비밀'이란 방송을 보더니 그 이후론 자기가 직접 모든 요리를 한다. 방송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하다.


자식에게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먹이겠다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 내 아내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식자재도 굉장히 까다롭게 고른다. 이런 아내에게 외식 제안은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


그런데도 내 제안에 아내가 흔들리는 건 체력의 한계와 외식이 주는 쉼 때문이다. 마치 가뭄 속 단비와 같다고나 할까...

내가 살게

마지막 회심의 일격이다.


망설이던 아내는 이 말에 흔쾌히 "가자"며 나갈 준비를 한다. 내 비상금은 이렇게 아내의 쉼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


나도 외식이 좋다. 아내가 스트레스받지 않아서 좋다. 아들도 배가 빵빵할 정도로 먹어서 좋다. 이들이 맛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행복 아닌가 싶다.


아... 엄마...

그러다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내 어릴 적 모습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외식은 꿈도 못꿨던 그때... 엄마는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새벽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미싱(재봉틀)을 하시고 또 잠시 쉴 때는 밥과 반찬을 만드셨던 엄마... 그러면서도 아이 둘을 뒷바라지 하셨던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철이 없어 늘 반찬 투정을 했다... 외식하자고 졸라 대기도 했다.

늦은 깨달음

아들과 외식을 하며 마음이 짠해 왔다.


건강하던 30, 40대 엄마의 모습은 사라지고 백발과 주름으로 가득한 60대 엄마의 모습... 하루가 다르게 늙고 쇠약해지시는 엄마...


자식을 키워야 그제야 부모가 된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엄마한테 전화 한 통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