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데렐라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며 어제의 나를 원망한다

by 광화문덕
여기가 어디지?

아침에 눈을 떴다. 침대 위다.


속옷만 입고 있다. 미간을 지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낯익은 공간이다.


다행이다. 집에 잘 도착했구나...


십이지장이 아려온다. 어제 가볍게 시작하자던 술자리는 역시나 2차, 3차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자정 전에 집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어제의 기억...

외롭거나 고민이 있을 때 술 한잔이 생각날 때 벙개를 치는 멤버가 있다. 이날도 벙개였다.


밥 따위는 사치다. 빈대떡집에 가서 1차를 마셨다. 남자끼리 술자리는 늘 앉기 무섭게 일 잔이 시작된다. 누가 정한 룰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잔은 원샷이다. 장판 깔면 갈굼이 시작된다...


소맥 첫 잔이 식도를 훑고 간다. 위에 짜릿함이 전해온다. 밥을 기대했던 위가 놀란 탓이다.


첫 잔은 묘한 맛이 있다. 마취제 같다고 할까...


누군가 말했다. "소맥은 3잔까지는 누가 말아도 시원하고 맛있다"고...


대화가 끊기면 잔을 든다. 웃다가도 잔을 든다. 목이 말라도 잔을 든다. 내 속은 점점 마비된다.


결혼 후 자정 전에 집에 도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정을 넘기는 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다.


속도를 높였다. 오늘은 술이 필요한 날이다. 술이 술을 부른다. 9시 이전에 만취가 됐다. 날카롭던 나의 이성은 무뎌졌다. 술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다.


빈속에 10잔 넘게 들어갔다. 술술 들어간다. 말도 술술 나온다. 기분은 엎됐고 헛소리가 늘어난다. 혀는 꼬이고 눈에는 더욱 힘이 들어간다.


술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귀가하는 것뿐. 신데렐라처럼 자정이 되기 전에 집에 가야 한다.


술자리를 파하고 일어났다. 그 순간... 난 새로운 세상과 접하게 된다.


......


삐리리릭 삐리리릭

알람이 울린다. 아침이다. 기억은 말끔히 사라졌다.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속은 아파 죽을 것 같다.


벌떡 일어나 안경과 시계를 찾는다. 찾았다.

지갑과 가방을 찾는다. 다행이다.

휴대전화를 찾는다. 있다. 급하게 통화목록을 살핀다. 통화내역이 없다. 전화실수를 한 게 없다.


숙취가 찾아온다. 정신은 혼미해지고 두통이 찾아온다. 매스꺼움으로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는다.


그리고 한참을 누워있는다. 마치 시체처럼...

숙취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어제의 나를 원망한다.


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