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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귤이 싫었다

철없던 어릴 적 시절에 대한 반성...

by 광화문덕
귤 사왔다

어릴 적 엄마는 겨울이면 귤을 사 주시곤 했다. 굉장히 자주 사 먹었다. 천 원어치, 2천 원어치...


그런데 늘 귤 크기는 아주 작았다. 난 그게 늘 불만이었다.


학교에 가져갈래?

집에 귤이 아무리 많아도 학교에 가져가지 않았다. 귤이 너무 작아 친구에게 보이는 게 창피했다.


TV 속에서는 큼직큼직한 귤만 먹던데 엄마는 늘 작은 것만 샀다.


혹시나 집에 손님이 오면 난 엄마가 작은 귤을 내놓는 것도 싫었다. 남들이 우리가 작은 귤을 먹는다고 흉볼까 두려웠다.


나이가 들어

얼마 전 지인분이 귤을 보내주셨다. 내가 수험생이었을 때부터 응원해주시던 분인데 아는 분이 귤 재배를 하신다고 해서 사서 보내주셨다.


귤은 작았다. 하지만 굉장히 달았다. 아내와 난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잘 먹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잘 먹다가 문득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사소한 것에 창피해 하던 내 모습. 먹는 것의 본질은 맛인데 그 본질은 외면한 체 남들에게 보이는 외형만을 중시하던 그때를...


어릴 적 나의 어리석었음을 반성했다.


난 지금은 안다. 귤이 작아도 그 누구도 나를 깔보지 않는다는 것을... 큰 귤을 먹는다고 우러러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또한 이 세상에는 작은 것마저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엄마...

'어쩌면 엄마가 귤을 좋아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때에는 아끼기 위해 작고 양 많은 것을 사셨지만,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못난 아들은 이제야 깨달았다...


자식을 위해 늘 희생만 하셨던 엄마가 자신이 먹고 싶은 것조차 맘 놓고 사지 못하셨음을...


집에 다른 과일은 없어도 겨울이면 귤은 늘 많았다. 작은 귤들...

죄스러운 마음

내 어린 시절은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고마움을 모르고 자랐던 것 같아 죄스럽기까지 하다.


오늘도 엄마한테 전화 한 통 넣어야겠다. 그리고 이번 주말엔 귤 한 상자 사 들고 찾아봬야겠다...



에필로그

아침 출근 길에 엄마랑 통화했습니다. 귤 얘기를 꺼냈더니 '우리 집엔 매년 귤이 끊이지 않았었지'라며 웃으시네요...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바로 쿠팡에서 질렀습니다.

보내는 김에 처가에도 보냈습니다. ^^

귤이 싸네요~~
소중한 분들께 오늘 귤 한 상자 선물 어떻세요~?
쿠팡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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