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탐구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Dec 10. 2015

맛집 식당에서 배우다

결국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기다리셔야 해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왔다. 5평도 안 되는 공간. 테이블 4개. 총 16명이 먹을 수 있는 공간. 실내장식도 별거 없다. 식당 메뉴판은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글자 스티커가 전부다. 메뉴도 단순하다. 왕만두, 군만두, 통만두, 탕수육, 오징어튀김, 어향가지 등...


 전국 10대 맛집 중 하나야

한 남자가 친구로 보이는 이에게 말했다. 만두는 여기가 최고란다. 입구 옆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SBS 생활의 달인 최강달인 인증. 입구 유리문에는 다양한 표식들이 있다. 건강 맛집인증 등에 대한 스티커들이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우린 재수가 좋았다. 대기번호 1번이다. 우리의 번호가 호명됐다. 들어가 앉아 어향가지 한 개와 군만두 2개, 통만두 1개, 오징어 튀김 등을 시켰다. 한 명의 요리사가 주문을 받은 뒤부터 만들어내다 보니 요리가 나올 때까지 총 1시간 정도가 걸렸다.


평소 빨리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받는 이들에게는 참 좋은 식당이라 생각했다. 요리가 늦게 나온다고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지인들과 요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처음 보는 풍경에 어색함마저 느꼈다.

부동산 임대료 상승에 따른 피해

유통 출입할 때 주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장사를 좀 해볼라 하면 임대료가 올라 집주인만 이득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실제로 이런 건물주의 행태로 인해 피해받는다는 기사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바 있다.


요약하자면, 실제 세입자가 어렵게 상권을 만들어 놓으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기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그것만 있으면 모르겠지만, 경쟁 업체나 해당 입지를 노리는 돈 많은 업자가 나타나 시세는 더욱 치솟고 웃돈까지 주고받는 경우가 생긴다.


영세 사업자의 경우 계약 기간 번 돈으로 시세 차액만큼 부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겠지만, 웃돈을 주고서라도 들어오려는 이들과의 경쟁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감내하기엔 쩐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결국, 건실한 개인 사업자 간판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웃는 것은 건물주뿐이다. 세입자는 뼈 빠지게 상권을 개발한 뒤에 쫓겨나는 모양새가 된다.

여긴 예외일 거란 직감

그런데 내게 직감이 왔다. 부동산 임대료 법칙이 여기엔 적용되지 않을 것 같았다. 10여 분 동안 가게 밖에서 대기하면서 든 생각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심지어 건물 3층에는 태권도장이 있다. 사람들은 연남동을 다니다가 이곳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이곳 만두를 먹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경우라 생각했다.


내가 만약 집주인이라면... 임대료를 과하게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줌으로써 이 만둣가게를 다른 곳으로 가게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만둣집이 워낙 유명해 다른 곳에서 만둣집 사장님에게 파격 조건을 내세우며 모셔 가려는 이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죽어있는 상권이라도 이 만둣집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찾아오게 되고 찾는 이가 늘면 자연히 상권은 형성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현실에도...

쌩뚱 맞게도 만둣가게에서 시작된 상념은 내가 지금 처한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됐다.


요즘 미디어는 다양한 유통 채널, 플랫폼을 찾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구시대적인 발상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있다. 지금의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 없이 플랫폼에만 집착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난 생각한다. 독자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를 보고 선택한다. 더 이상 무의미한 베껴 쓰기 식의 기사와 남들이 다 쳐대는 속보로서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내가 좋아하는 성지환 72초TV 대표는 최근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두고두고 음미하고,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라 인용한다.


- 성지환 대표의 The PR과의 인터뷰(2015년 11월 10일)

플랫폼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물리적인 플랫폼이라면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가진다고 해도 이제는 콘텐츠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약 자체 플랫폼을 가진다면, 플랫폼에 콘텐츠가 속하는 형태가 아닌 콘텐츠 파워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 출처 :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12 >


매거진의 이전글 묵혀있던 태블릿 재활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