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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28. 2016

#49. 법정, 고개 숙인 남자

잃는 건 한 순간이다...명심해야 한다

증인 소환장

법원에서 한 통의 등기우편이 왔다. 오래전에 썼던 기사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보였다.


증인으로 나가지 않으면 형 선고가 지연된다고 해서 갔다.

일찍 도착했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솔직히 불안했다. 법정 출석이 처음이어서다. 경찰 조사는 몇 번 받아봤지만...


아무리 증인이라지만 법원에 당사자로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법정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안으로 들어섰다. 내가 증인으로 나설 재판에 앞서 다른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법정 안

피고인 석에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50대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변호인 석에는 2명의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꽤 재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무슨 일로 온 걸까?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분위기를 잠깐 보러 들어왔다가 참관인 석에 앉아버렸다.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제게 왜그러셨어요..."


"미안하다. 네가 친딸 같아서..."


검사 측이 제시한 녹취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앳된 여성의 목소리였다.


남성은 무언가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있었고, 여성은 "왜 그랬냐"며 따져 물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

TV에서 보는 듯한 공방은 없었다. 검사는 피곤에 쩔어있었다. 검사석 옆에 산적해있는 서류들이 그것을 대변하는 듯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변호인, 최종 변론 하세요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재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사회공헌을 그동안 많이 했다는 것, 초범이라는 것과 앞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반박을 포기하고 형을 낮추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었다.

피고인, 하실 말씀 있으세요?

피고인도 변호인의 변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변호인과 같은 맥락의 말을 이어나갔다.

한달 정도 지났을까...

기사가 떴다.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당시가 최종변론일이었던 것 같다.

조심 또 조심...

내가 늘 나 자신을 일깨우는 이야기가 있다. 명성을 얻기까지는 평생이 걸리지만 그걸 잃는 데에는 1초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요즘 급격하게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봐줘서 솔직히 많이 조심스럽고 두렵기도 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모든 건 한 순간의 재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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