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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23. 2016

#40. 부담스러운 4살 연하

사람 사이엔 존중이 필요하다...너무 부담스러워 선을 긋고 싶었다

저...혹시...

"우리 회사 올 생각 있어요?"


온라인 매체에서 나름 두각을 나타냈던 A기자와 내 첫 대화다. 잘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팀장의 지시로 경력 기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난 A기자를 지목했다. 기사 바이라인을 통해 이름을 안 것뿐이었다.


처음엔 서로 말을 높였다. 그게 존중의 표현이었다.


동기하고 막역하네...

방송사에 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기자가 있었다. 나이도 같았고 학교도 같았다. 다만 난 공대였고, 그 친구는 문과대였다.


공통점이 있다 보니 우린 금방 친해졌다. 서로 고된 일과를 마치고 나면 소주 한잔하는 게 우리 둘의 낙(樂)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 친구도 소주 한 잔이 필요할 때면 늘 내게 전화했다.


알고 보니 그는 A 기자와 막역하게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나보다 몇 개월 정도 빨리 입사했던 A기자는 친구에게는 형이라며 부르면서도 유독 내게는 반말을 하고 싶어 했다.


친구가 중재에 나서며 저녁 자리를 몇 번 함께 했다. 그는 A기자에게 나와 형, 동생으로 지내라고 여러 차례 권했다. A기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시간은 흘렀다...

A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내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나보다 4살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부터는 그 친구의 반말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가 A기자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반말의 정도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난 A기자를 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1년여만...

오랜만에 기자실을 찾았다. A기자가 있다. 일단 정신이 없어서 업무를 보려고 기자실에 앉았다. 낮 방송에 쫓기다 보니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기도 했다.


"바빠?"


이 말 한미디에를 듣는 순간, 난 버럭 화를 냈다. 도저히 A기자의 반말을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 자꾸 반말이야!"


A기자는 놀란 눈치였다. A기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일단 낮방송을 막고 나서 A기자에게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난 그 사건 이후 분명해졌다. A기자와 선을 그어야 겠다고 말이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자꾸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왜 받아야 하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옹졸한 마음이었을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친구와 난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4살 연하인데 말끝마다 친구 대하듯 하는 느낌... 때론 하대하는 느낌... 이 느낌은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

또다시 1년 후...

난 결혼했다. 그 친구에게는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 친구와 이제는 거의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후 연락이 전혀 없던 A기자에게 카톡이 왔다.  카톡 청첩장이었다.


"나 결혼해. 시간되면 와서 밥먹고 가"


"응. 그래 축하한다"


좋은 일을 앞두고 있는 A기자에게 말을 씹지는 못했다. 사무적으로 답하고 결혼식에는 가지 않았다.


3년 후...

오랜만에 홍보 직원을 만났다. 오랜 인연을 이어가다보니 그 친구와 난 막역한 사이가 됐다. 그는 내게 말했다.


"A기자랑 친해?"


"아니... 모...."


"니가 갑자기 속 좁게 군다고 너가 좀 이상하다고 말하더라고!"


"그래...? 뭐... 그런가보지모...  4살이나 어린데 자꾸 반말해서 난 그 친구가 별로야...  가까이하기에 부담스러워..."


"속좁게 왜그래... 동기 아냐?"


"다른 얘기 하자..."


존중이 필요하다

그때의 기억은 내 가슴깊이 박혀있다. 기자 후배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난 말을 놓지 않는다. 후배가 아무리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해도 타사 기자에게 말을 함부로 놓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친해지기 전까지는 00씨라고 존중해준다. 나이 들어 기자가 됐다는 것에 대해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을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고민했을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래일지 모른다...


같은 회사라면 선배로서 지시를 해야 하니 하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타사일 경우에는 늦게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나이 어린 친구로부터 하대받을 이유는 없다.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존중이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일찍 입사한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친구들이 업무 능력이 모두 탁월한 것은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운이 좋아서 들어온 이도 있다.


그들과 맞닥뜨리면서 든 생각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였다. 회사에 늦게 입사해서 남들보다 직급이 낮을 수는 있지만 직급이 낮다고 해서 인품이 낮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명심해야 한다

"계급이 이등병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격이 이등병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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