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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28. 2016

#35. 첫 연봉 협상

'연봉 협상'이란 어떤 의미일까...

들어오게

대표가 불렀다. 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대표와 마주앉았다.


어느덧 입사한 지 만 1년이 됐다. 연봉협상 시기가 왔다.


앞서 대표와 연봉협상을 마친 선배들의 모습에서 희비가 엇갈림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선배는 앞자리가 바뀌었다며 기뻐했고, 어떤 선배는 탐탁지 않아 했다.


연봉협상인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대표는 나를 치켜세워줬다. 고생 많다는 다독임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봉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서에는 이미 연봉이 적혀 있었다. 내가 사인만 하면 되도록 준비돼 있었다.


올해 회사 사정이...

대표는 묵직하고 나지막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회사 사정이 별로 안 다고 했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말에 힘을 주며 강조했다.


"올해 연봉은 2200만 원으로 10퍼센트 인상했네."


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의아했다.

솔직히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회사는 당시 확실히 성장세였다. 경력기자들이 수시로 영입됐다. 타사에서도 블랙홀처럼 인력을 빨아들인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기존 공채의 이탈이 심한 것도 아니었다.


2200???

회사를 위해 열정을 불살랐는데 돌아오는 대가는 실망스러웠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억울하기까지 했다.


물론 입사해서 첫해는 회사입장로서 모험일 수 있다. 뽑아놨는데 일을 못 한다면 낭패일 수 있다.


하지만 1년 부려봤으면 직원의 가치에 부합하는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부담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이 아니라 적어도 직원이 동의할 만큼의 합당한 연봉을 제시했어야 했다.


단순히 남들 10%니 너도 10% 이런 식의 제안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A선배만큼은 받고 싶습니다.

용기 내서 말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당시 난 3년 차였던 A선배 연봉을 알고 있었다. 


난 다른 건 몰라도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지난 한 해 동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으름뱅이처럼 일 안 하는 그를 보며 피해의식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대표는 당황스러워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의 당돌함에 대표가 할 말을 잃었다.


난 다시 말을 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가 쓴 기사는 2000여 건에 달합니다. 하루에 평균 두 건 이상 취재기사를 소화했고, 자발적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음...

대표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처음 제시했던 연봉계약서를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서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아무런 문구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연봉 '협상'을 하게 됐다. 대표는 자신이 적어야 할 곳에 서명하면서 내게 제안했다.


"그럼 올해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2500만 원으로 하고, 내년에 3000만 원으로 올려주겠네. 회사 사정이 좋다면 더 올려주겠네. 자네는 우리 회사 사상 최고 연봉 인상률이네. 자그만치 25퍼센트!!!"


"감사합니다"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대표 방을 나왔다.


뛸 뜻이 기뻤다. 2500만 원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대표가 내 가치를 인정해줬다는 것에 뿌듯했다. 솔직히 "2200만 원 이상은 올려주기 힘들다"라고 해도 난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도 대표는 내 요구를 수락했다. 여기에 내년 연봉에 대한 약속도 함께했다. 이 점에서 난 당시 연봉 협상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해 연봉협상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협상[negotiation]
: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 또는 다자(多者)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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