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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08. 2016

#33. 정규직 되고 싶어요...

따져보니 시급 5천원...야근 특근수당 개념없던 그때

새해 첫 점심

공시 당직이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제 기자 생활한 지 2년 차가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정확히 말하면 만 1년은 안 됐을 때다.


"신 기자"


부장이 불렀다. 오늘 점심같이 하자고 했다.


"네"


씩씩하게 대답했다. 부장은 내게 특별한 데스크였다. 첫 점심을 글쓰기 스승인 부장과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내겐 유쾌한 일이었다.

부장의 보살핌

부장은 지난 1년 동안 나를 아들처럼 아껴줬다. 기자 생활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장 덕택이라 생각할 정도로. 부장의 조언을 들으며 기자삶이란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갔다.


넌 새해 소망이 뭐니?

부장이 밥을 먹다 말고 물어봤다. 그냥 대충 얘기해도 됐지만, 새해부터 빈말하고 싶지 않았다. 진지하게 답했다.


"정규직이 되고 싶어요!!!"


"정규직??? 너 지금도 정규직이잖아!"


"........."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정규직이라...

당시 내 일과는 이랬다. 보통 오전 6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저녁 7시 30분 정도까지 일했다. 하루 최소 13시간 이상이다. 여기에 야근, 밤샘이 추가되면 하루 업무시간은 더 늘어난다. 다음날 아이템을 잡지 못하면 퇴근이란 있을 수 없었다.


대휴란 개념은 없었다. 그저 일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대휴란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그땐 투덜대지 않았다. 대휴 개념 자체를 몰랐다... 무엇보다 일하는 게 즐거워 자발적으로 밤새고 야근했다...


연봉 2천만 원짜리 정규직

이때 내가 세금을 제하고 받은 돈은 월 130만 원 남짓이었다.


주말을 빼고 주중 일한 날을 최소로 해서 20일로 잡는다고 하면 하루 일당은 6만5천 원인 셈이었다. 


이걸 13시간으로 나누면 5천 원... 야근수당 없고 특근수당 없다. 식대와 취재비도 없다.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당시 시급을 찾아봤다.

출처: 다음

최저임금은 넘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최저임금을 넘을지는 의문이다. 달력을 펴서 살펴보면 알겠지만 한 달에 보통 20일 이상 근무한다. 야근에 특근이 포함되면 근무시간과 일수는 더 늘어난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과연 정규직이란 게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은 수시로 떠났다. 더 나은 환경의 회사로. 회사는 그들을 잡을 돈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배팅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이직하려는 회사보다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부 회식자리였다.


"는 새해소망이 정규직 되는 거란다."


술자리에서 부장이 놀리듯 얘기했다. 민망함도 있었지만 사람의 진심을 가지고 장난치는 부장이 미웠다... 입사 후 처음으로...


에필로그

요즘 정규직, 비정규직 논란이 많습니다. 저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구인공고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규직을 뽑는데 급여를 따져보니 시급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다...?'

제 예전 삶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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