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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16. 2016

배우자를 기다리는 마음자세

지금이 최선이라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야 해

2009년 가을 저녁 퇴계로 부대찌개 가게에서 들었던 말이다. 한 선배가 내게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이 선배는 마흔이 다 돼 결혼했고 아이를 참 어렵게 갖게 된 터라 선배의 말은 내게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선배 인생의 무게가 담겨있었다.


이 때문일까. 그때 내 나이는 서른... 당시 난 결혼 생각은 없었지만, 이 말은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의미는 단순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되면 결혼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였다.


마치 이런 상황이다.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런 룰이 있다.

한 번만 내릴 수 있다.
내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해당 정류소에 도착하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내릴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남은 사람은 다음 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자. 이제 출발한다. 첫 번째 정류장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온다.


"멋진 배우자가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갈등한다. 다음 정류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서다.


"멋지고 가정적인 배우자가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 한다. 조건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어서다. 다음 정류장이 기다려진다.


안내방송이 다시 나온다.


"멋지고 가정적이고 능력 있는 배우자가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종착지까지 갈 태세다. 점점 좋아지는 조건에 기대치는 수직 상승 중이다. 정류장 안내방송따윈 관심 밖이 됐다. 어쩌면 좋은 가정을 꾸리겠다는 애초의 마음가짐이 아닌 환상에 빠져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마지막 정류장에 왔다.


"종착지입니다. 투어를 마칩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제서야 사람들은 후회하게 된다. 이전에 선택을 하지 못했던 순간을 말이다.

시간과 선택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여기서 버스는 시간이다. 정류장은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와 내가 함께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내게 호감을 보였다가 떠난 이를 마중에 붙잡을 수도 없다. 어쩌면 그(녀)는 다른 이의 선택을 받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을 수 있다.


물론 버스에서 내렸다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말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소개팅이 들어오는 데 전 사람보다 더 나은 조건의 사람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안 통하고는 별개였지만...


그때 알았다. 선배가 한 말의 의미를...


더 좋은 조건, 더 나은 외모 등을 기대하게 되면 나와의 인연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다행히 난 선배의 예방주사 덕택에 이런 우를 범하진 않았다.

욕심은 끝이 없다

선배는 말했다. 결혼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을 뿐이라고.


결혼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현재 만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내 인생의 최고의 인연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남에 임해야 한다.


난 결혼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결혼 너무 고민하지 마.

사람을 만나다 보면 느낌이 와.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이런 게 아니라.

'아~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겠다' 이런 느낌.

그런 느낌이 오는 사람이라면 꼭 잡아.

그런 느낌이 오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런 느낌이 오는 사람을 찾기 더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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