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r 07. 2016

나는 아직 멀었다

출근길 나를 밀치는 남성이 자꾸 신경쓰인다

ㅇㅇ행 열차가 들어옵니다

환승역이 오늘따라 사람들로 꽉 찼다. 평소보다 2배가량 많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보통 이 정도에서 타면 여유가 좀 있었는데 지하철 안도 출근길 사람들로 꽉 차있다.

가방을 들고 타야겠다

백팩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벗으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허리쯤에서 강한 압박이 전해져 온다. 뒤에 40대 남성이 팔로 내 허리를 밀고 있다. 운동을 했는지 꽤 묵직하다. 떠밀리듯 인파 속으로 파묻혔다.

기분 나빠

조금 전 나를 밀었던 남성이 내 앞에 서 있다. 화가 났다. 출근길 기분이 갑자기 엉망이 됐다. 남성이 미웠다. 분하기도 했다.


남 탓... 속으로 욕하기... 분함을 참지 못하고 쏘아보기...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상이 다됐다. 아내를 향한 아련한 기억은 이미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갔다. 지금 내 마음속엔 그를 향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래서 뭐하나...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내가 그 남성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나만 감정 낭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이 정당하다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가방을 벗는 나의 행동이 이상했을 수 있다. 미리 가방을 벗어놓고 기다렸어야 했다고 그 남성은 생각했을 수 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탓일 수 있다.


그 순간, 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으로 누군가의 하루 기분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 아침이다. 지난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억울함을 줬을 수도 있다.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 누군가는 지금의 내 감정으로 날 쳐다봤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리라...


지금 이런 속상함을 기억하고, 나로 인해 다른 이가 이런 기분이 되지 않도록 더 신경 써야겠다. 오늘의 기분이 나를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야... 마음이 평온해졌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오늘도 행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봄에 기대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