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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09. 2016

씁쓸한 식음료업계 가격상승 이슈

식음료 업계 매출은 그대로 인데 이익은 두자릿수 '호조'

우리가 언제까지 마트일 것 같아?

최근 얼마전 만난 한 대형마트 임원이 내게 던진 말이다.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화과 내수 침체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새로운 수익 모델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년 연속 백화점 매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4년과 2015년 백화점 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6%, -0.4%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대형마트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품 부문을 제외한 잡화, 스포츠, 가정생활, 의류, 가전 등 대부분 품목 매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영업이익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식음료 업계다.


'영업익 두자릿수 상승' 주목

그중에서도 농심, 오리온, 롯데, 해태제과, 하이트진로 등 대표적인 식음료 업체의 실적은 주목할만하다.

그런데 이들 실적을 보다보면 의문이 든다. 매출은 큰 변동이 없는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늘어서다. 바꿔 말하면, 2015년도에 마진이 큰 제품을 많이 팔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 이력을 확인해봤다.


 인상 또 인상

2013년 말과 2014년 초에 있었던 대대적인 가격인상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당시 최대 20% 이상의 가격인상이 있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한 상자(12개입)가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 올랐고 해태제과 에이스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올랐다.

업체들은 당시 가격 인상 이유로 원가 상승을 꼽았지만 주요 원재료인 소맥, 원당, 대두, 옥수수의 국제가격은 2012년 이후 하락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차가운 상황에서 이제는 업체들이 용량을 축소하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이들 식음료업계의 가격 인상은 지속돼 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30일자로 소주 출고가를 기존보다 5.62% 올렸다. "3년만에 가격 인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각종 비용증가로 원가상승 요인이 누적돼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트진로 가격 인상 소식을 반기며 "이번 가격 인상으로 하이트진로는 25~30%의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보고서를 쏟아냈다.

심지어, 영업이익 25.5% 증가, 순익 4361.7%의 가파른 상승을 보인 롯데제과 역시 지난 4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롯데샌드, 빠다코코낫, 제크, 하비스트, 야채레시피 등 자사의 인기 비스켓 5종의 가격을 종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인상한다고 밝혔다. 파이류인 갸또는 3200원에서 3600원으로 12.5% 올렸고 월드콘과 설레임도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인상했다. 마가렛트도 종전 4000원에서 440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 측은 가격 인상 근거로 "유지(2.2%), 전란액(4.5%), 포장재 필름(17.4%), 케이스(10.7%) 등 주요 원부재료비가 2011년에 비해 크게 올라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게 정말 최선인가요?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지난해 큰 폭의 이익을 기록했던 식음료 업체들은 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먹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소비재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마트에 가도 과자값이 대부분 1500원 가량 한다. 2000원이 넘는 과자도 수두룩하다. 라면 값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가격 인상은 '고삐 풀린 망아지'같다. 더 이상 손쓸 수 없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물론 제품 경쟁력이 높아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제품을 합당한 가격에 사게 해야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한다. 제품 연구·개발이란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5년 간 식음료업계의 가격 인상 발표를 보면, 너무 쉽게 올리는 것 아닌가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이번 취재를 하는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가격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합니다."


영업이익을 잘 내고 있음에도 원부자재 등의 상승요인을 감내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말, 나만 수긍하기 어려운 것일까.


예전 즐겨보던 드라마 속 현빈 대사가 떠오른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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