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의 경쟁을 통해 인간은 더욱 완벽하게 변화될 것이다
설마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처럼 사고하는 기계가 인간계 사고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바둑의 세계챔피온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활활 타올랐다. 나 역시 그랬다. '설마'했다. 이세돌 9단도 대국 전 강한 자존심을 보이며 '승리는 거뜬하다'는 듯 보였다.
하지만...
1국, 2국, 3국 모두 대패했다. 고도의 노림수를 쓰는 컴퓨터 시스템인 알파고에게 번번히 참패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알파고가 내놓은 수에 해설자들은 일제히 '실수'라고 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았다"란 말도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 두말이 뒤바뀌었다. '실수'는 "고도의 계산된 수"로, '승기를 잡다'는 "패했다"로...
그러다...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4국에서 도저히 벌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이 일어났다.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는 것인가란 패배감이 공포감으로 변하려는 찰나... 이세돌 9단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란듯이 보여줬다. 인간계는 모두 일제히 환호했다.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말그대로 '인간승리'다.
이날 알파고는 알림창을 띄웠다.
‘AlphaGo resign.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
(알파고가 패배했습니다. ‘W+기권’ 결과가 게임 정보에 추가됐습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첫 불계패를 입력해 준 것이다.
완전한 승리
난 이번 승리를 '완전한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상 알파고는 인간계 대표인 이세돌 9단에게 진 것이다. 5국 결과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기계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기계가 예상치 못했던 수, 어떤 셈을 돌려도 기계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 바로 이전에는 없었던 창의적인 수는 인간만이 낼 수 있다. 기계는 학습에 따른 수만을 낼 뿐이다. 없던 길을 새롭게 만들 능력은 없다.
그렇기에 이번 승리는 인간이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알파고가 예측하지 못한 수, 알파고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수, 알파고의 알고리즘 상으로 파악해낼 수 없는 수를 이세돌 9단이 묘수로 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4국 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는)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오면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 수가 진행된다. 생각 못했을 때의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며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1~3국에서 수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부족보다는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어려운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쟁 아니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먼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려고 할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말이다.
우리가 기계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기계와 맞서 싸워 이기려면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가 예측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능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앞으로 더 계발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인간은 더욱 완벽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기계를 이기려면 완벽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히 이길 수 없다. 기계는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는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계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인간은 기계가 생각하는 가능성에 허를 찔러야 한다.
다시 말해, 기계와의 경쟁을 통해 인간은 더욱 완벽하게 변화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앞으로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