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실익 없는 '비과세, 분리과세'...'증시 떠받치기 꼼수' 지적도
요즘 금융권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가 화두다.
정부는 '국민 자산 늘리기'라는 취지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을 동원해 ISA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출시 한 달 전 금융당국과 유관 금융협회 그리고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TV와 라디오 등에 ISA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광고를 보다 보면 ISA에 가입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고, 자산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달 한국에 도입된 ISA의 허와 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하나의 통장 안에 예·적금(은행상품), 펀드-ELS-ELD 등(증권상품), 보험(보험상품) 등 다양한 금융기관 투자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통장을 말한다.
단순히 다양한 상품을 넣었다는 것은 아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과세 혜택이다. 연간 납부 한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제 지원을 받는 형식이다.
ISA 상품을 출시하는 금융기관은 총 33개로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해 1인 1계좌만 만들 수 있다. 납부 한도는 연 2,000만 원, 최대 1억원까지다. 의무가입 기간은 3~5년이다.
ISA는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순소득 200만 원까지는 비과세, 2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다.
ISA 비과세 혜택
누가 보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바로 비과세 혜택을 누가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ISA가 서민들의 자산 증식이 아닌 '있는 자들의 자산증식'을 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ISA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에 순소득의 일반과세는 15.4%인데 ISA에 돈을 넣을 땐 9.9%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 서민의 경우 연 2000만 원 저축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힘들게 저축한 돈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자산운용으로 넣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돈 여유가 있는 사람의 경우엔, 펀드 등 증권사를 통해 기존 자금을 굴리고 있는 것이 있다. 이들은 기존 자금을 ISA로 돌려 비과세와 분리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ISA에 가입할 때에는 계좌 보수뿐만 아니라 편입하는 상품의 보수와 기대 수익률, 가입금액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좌보수가 없는 일부 신탁형 상품을 제외하고는 보수가 면세효과를 상쇄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보수를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채 사전가입한 투자자도 반드시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왜
ISA 판매에 열을 올리나?
ISA는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증권사는 ISA 유치를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명목으로 펀드운용 수수료를 매길 수 있다.
증권사들이 ISA 가입자를 펀드로 유도해놓고 수탁운용비 등 수수료 장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한국의 ISA와 비슷한 상품인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란 게 있다. 지난 2013년 NISA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도입 1년 반 만에 약 5조2,000억 엔이 금융투자시장에 들어와 닛케이지수를 떠받쳤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SA가 서민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저금리시대에 수익 올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자금을 예금 이외의 상품에 투자를 유도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증권사에 챙겨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투자성 상품에 돈을 넣으니 당연히 위험성도 높아진다. 불완전 판매가 되지 않으려면 그만큼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현재 금융권에서는 직원들이 계좌를 만들도록 사실상 압박을 당하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