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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이란 공포

건강검진에서 가장 겁나는 항목

by 광화문덕
신동진님

오늘은 건강검진 날이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위내시경을 필수로 선택한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피하고 싶지만 나중에 혹시 모를 불상사가 겁이나 필수 선택시항이 됐다.


수면 내시경 안하는 이유

난 일반 내시경만 한다. 수면은 하지 않는다. 견디기 힘든 공포감에 수면내시경에 대한 유혹은 매번 내게 뻗쳐온다. 하지만 난 나를 믿지 못한다. 그래서 수면내시경에 도전할 자신이 없다.


1박2일 영상 속 수면내시경 모습. 솔직히 데프콘의 모습을 웃으며 봤지만 나 역시도 저러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내 안에 있는 또다른 자아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두려웠다.


술마신 뒤 필름 끊기면 다음날 매우 두려운데... 약에 취해 뭔짓을 했는지 뭔소리를 했는지 기억 못 한다면 더 두렵고 속상할 것 같다.


옆으로 누우세요

드디어 내 차례다. 침대에 누웠다. 한숨이 나왔다.


지난해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굵직한 내시경이 내 식도를 꽉 채웠다. 숨도 못쉬겠고 계속되는 구역질에 만신창이가 됐다. 너무 고통스러웠고 난 연신 "꽥꽥" 거렸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공손히 인사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내시경이 보인다. 무지개색의 현란한 빛을 발산하는 내시경.


어라?

내시경이 지난해보다 작아보인다. 감사했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입은 이미 기구에 걸쳐져 있다. 의사 선생님은 내시경을 조심히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내 속은 격하게 내시경을 밀어냈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나보다'


거센 반항 끝에 내 몸은 내시경을 받아들였다. 거친 트림이 나왔다.


몸 속에서 내시경이 꿈틀거린다. 느껴진다. 길다란 물체가 내 속에서 기어다닌다. 순식간에 장까지 내려갔다.


숨을 크게 들이 마셔보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린다. 힘들었지만 노력했다. 그 순간 마법처럼 고통은 조금 잠잠해졌다.


3년동안 내시경을 하며 이제야 조금 노하우를 깨달은 순간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호흡을 하면 조금 덜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됐다.


올해 내시경은 비교적 일찍 끝났다. 호흡으로 내시경이 몸속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도우니 끔찍하게만 느껴졌던 내시경이 금방 끝났다.


지난해보다 훨씬 금방 끝난 듯했다. 기분 탔을까.

이제 끝나갑니다

참 듣기 좋은 소리가 들렸다. 행복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끝나는 구나.


"크어억 크어억"


끝까지 트림은 끊이지 않았다. 곧 끝난다는 희망만으로 버티고 버텼다.

끝났습니다

1년에 한 번 하는 내시경. 이걸 거르면 걱정이 앞선다. 주위에 암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기에... 내게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내가 내시경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내와 아들을 두고 먼저가지 않기 위해서다. 아이가 클수록 두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더 건강해져야 겠다는 책임감이 양 어깨를 짓누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는 더욱 고통스럽다.


"순간의 고통으로 한 해를 편히 지낼 수 있으니 어찌 유익하지 않으리..."


오늘도 내시경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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