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나를 빠져들게 만들죠...당신만을 내가 사랑하고 있어요
아! 답답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답답한 마음을 바람이 뻥 뚫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응팔 버전이다. 더 좋다. 뭔가 가슴을 울리는 것 같다. 컬러링으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컬러링을 바꾼 지 적어도 5년은 된 듯해서다.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았다.
컬러링이 적용됐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컬러링을 들었다. 지금 내 나이의 감성이 녹아들어 간 것 같아 뭔가 뿌듯했다.
집에 도착해 씻고 나왔다. 밥을 먹기 위해 아내와 식탁에 앉았다.
"자기야, 컬러링이 다른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응 그래? 노래 좋지 않아?"
"......"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강제 기상했다. 토요일에는 좀 더 쉬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 게으름을 피웠다. 아내가 빨리 옷을 입고 나가자고 재촉했다.
아들은 이미 들떠있다. 그런데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좀 쉬어야 할 상황으로 보였다.
"괜찮겠어?"
"아니... 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좀 쉬어야겠어"
"그럼 나 그냥 근처 공원 다녀올게"
"안돼! 약속했단 말이야! 가야 해! 다녀와!"
아내는 아들과 약속했으니 둘이서 다녀오라고 강요했다.
사실 나도 그냥 집에서 쉬고 싶었다. 그냥 집 근처 공원에 가서 잠시 놀다가 오고 싶었다. 왕복 80㎞ 되는 거리를 다녀오기엔 내 몸이 너무 무거웠다.
결국...
아내는 화가 났다. 늘 자기가 없으면 나 혼자서 애를 보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내가 화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들과 둘이 그 먼 곳으로 가는 것은 좀처럼 내키지 않았다.
아내는 폭발했고, 난 내쫓기듯 나왔다. 물론 나도 화를 좀 내면서 나왔다.
아내가 연락이 왔다.
"거지같은 컬러링은 뭐야?"
대뜸 한다는 소리가 컬러링에 대한 이야기였다. 끊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들과 놀다가 오후 3시쯤이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 여 동안의 말다툼
아내와 난 한참 동안 말다툼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예상치도 못했던 일에 아내는 서운해했다.
"당신한테 전화를 가장 많이 하는 게 나잖아. 그런데 컬러링을 그런 거로 하면 어떡해?"
"그게 뭐가 문제야. 그냥 내가 요즘 듣기 좋아서 한 건데"
"컬러링은 상대에 대한 배려야. 그리고 난 당신한테 전화를 가장 많이 하는거고. 그거 가사 잘 생각해봐"
"그건 내가 미안해..."라며 컬러링 서비스를 해지했다.
그랬다. 생각해보니 세월이 가면이란 가사가 아내에게는 서운할 만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똥고집을 피웠다. 이날 3시 30분쯤 시작한 말다툼은 6시가 다 돼서 끝났다. 아니 휴전했다.
다음날...
주일인 오늘 회사로 출근했다. 근무가 잡혀서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다. 아내는 아직도 내게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을 것이다.
점심을 먹다가 문득 어제 다퉜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컬러링으로 서운했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TV 속에서 문득 '벚꽃엔딩'이란 노래가 나왔다.
그대여 그대여~~ 우리 이제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들려오는 노래소리 어떤가요~? 오예~~
달달한 음성의 가사가 귓가를 간지럼 피웠다. 이 노래다 싶었다. SK텔레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컬러링 서비스에 냉큼 재가입했다. 컬러링 리스트를 살폈다.
달콤한 사랑노래가 참 많았다. 그 중에 내 눈에 들어온 노래!!!
요즘 대세인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사랑에 빠졌죠(당신만이)'!!!
당신만이 나를 당신만이 나를
당신만을 내가 사랑하고 있어요
하아아 사랑하고 있어요
나 몸이 좀 많이 아파 ㅠ_ㅠ
전화 좀 줘요...
컬러링을 바꾸고 아내에 카톡을 넣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카톡을 확인하면 연락을 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잠시 후 연락이 왔다.
"뭐야?"
"응~ 나 배가 고파서 속이 좀 아프네~ ㅎㅎ 컬러링 들었어? 완전 내 마음이야"
"됐어! 엎드려 절 받기지!"
아내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묻어났다. 대성공!
아내와 난 오늘 이렇게 화해했다. 컬러링은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귀한 날이다.
[가사] 사랑에 빠졌죠-장범준
사랑에 빠졌죠
사랑에 빠져 버렸죠
당신만이 나를 빠져들게 만들죠
당신만이 나를 복잡하게 하네요
당신만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어
당신만이 날
이 노랠 만들어
이 노랠 멈출 수가 없네요
이 마음이 점점 빠져들고 있어요
당신만이 나를 헷갈리게 하네요
당신만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어
우 우우우우
당신 처음 봤던 그때부터
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어 우우
우리 함께 하기 약속한 밤
나하알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어
당신만이 나를
당신만이 나를
당신만을 내가
사랑하고 있어요
하아아 사랑하고 있어요
하아아 사랑하게 만들어
우우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만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