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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막걸리

택시 안 눈감고 술독을 다스리는 아버지의 모습

by 광화문덕
오늘 낮

50대 중반의 기업 한 임원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 햇살이 좋아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만끽했다.


점심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이 좋아 막걸리 반주를 했다. 백반집의 된장찌개와 꼬막, 파전 등이 도저히 막걸리가 없어서는 안 될 분위기였다.

사이드미러 속 그...

문득 사이드미러 속에 임원이 보였다. 택시 안에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이불 삼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점심으로 먹은 막걸리에 삶의 고단함을 묻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점심을 먹으며 자신의 회사에 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던 그의 모습에서는 보지 못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보니 그는 나이를 지긋이 드신 아버지였다.


나 역시도,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점심 반주가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분은 오죽할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존경하는 마음

순간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오히려 반주를 권하던 그... 택시 안에서 눈을 감고 술독을 다스리는 모습... 봄날에 취해서인지 마음이 아련해졌다.


우리의 아버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간을 혹사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아버지의 모습... 나도 그런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봄이 온 것 같다. 요즘 사색에 자주 빠지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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