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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피자와 김치찌개

우산을 포기하고 기동력을 얻었다

by 광화문덕
아빠 치즈피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들이 내게 던진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비몽사몽 하며 "그래그래 알았어 사 먹자"라고 말하곤 밖 날씨를 살폈다.


주적주적 내리는 비에 온몸이 귀찮아져 옴을 뼈속 깊이 느꼈다.


"아들 피자집이 오전 11시까지 하니까 일단 아빠는 좀 누워서 쉬고 있을게"


"네!"


피자를 사준다는 말에 신이 났는지 우렁차게 아빠가 20분 정도 더 누워있을 수 있게 허락해줬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네

아내도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다가 내게 말했다. 우리 집 주변에서 잘 익은 김치로 찌개를 만들어 아침을 드신 듯했다.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묵은지 김치찌개의 향이 지난 한 달여 간의 숙취를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


"응 알았어. 이거 딱 편의점에서 파는 오모리 김치찌개 냄새네! 그거 사서 해먹자!!!"


"응!!! 신선한 두부도 들어갔으면 좋겠어"


"응..."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후딱 뛰어갔다올 요량으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그때 아들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굳이 자신도 같이 따라가야 하겠단다.


"지금 비가 많이 와서 아빠 혼자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꼭 같이 가야겠어?"


"응!" 요즘 대답을 참 씩씩하게 한다...


"그럼 유모차에 타고 다녀오자. 비 많이 오니까"


"네!!!"


"유모차에 우산 들기 힘들 텐데... 방수되는 잠바라도 입고 가요. 혹시 모르니?" 아내는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며 말했고, 난 그래야겠다 싶어 잠바 두 겹을 껴입었다.

사고, 사고, 또 사고

1킬로미터 정도를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 문제는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유모차를 끌면서 우산을 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난 과감히 우산을 포기했다. 대신 기동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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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막이가 좀 오래됐지만, 방수능력을 잃지는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임무를 잘 수행하고 집에 들어왔다. 온몸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지만, 아들과 아내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보고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다.

아빠의 장마철 필수품

조만간 장마철이 올 때를 대비해 우의를 사러 가야겠다. 상의와 하의가 따로 옷처럼 돼 있는 전문가용으로 말이다. 장화도 하나 사달라고 졸라야겠다.


곧 장마철이 되는데... 이제 당분간 내게 필요한 것은 우의와 장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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