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는 나중엔 향과 맛이 사라진다
접때 사준 운동화 왜 안 신어!
본가에 가면 늘 부모님께 잔소리한다. 벌써 3년이나 됐다. 당시 엄마, 아빠의 신발이 낡아서 커플 운동화를 사드렸는데, 계속 묵혀두고 신지 않아서다.
"신발 신어! 닳으면 또 사드릴게요. 제발요!"
매번 갈 때마다 잔소리하지만 엄마는 꽁꽁 숨겨두고 꺼내지 않으신다. 닳고 닳은 운동화도 신을 만 하다면서 낭비라고 오히려 내게 핀잔을 주신다.
대물림
사실 나 역시도 엄마, 아빠처럼 아껴두고 사는 스타일이다. 수년 전에 사놓은 정장을 장롱 속에 넣어두고 중요한 날 이외에는 입지 않는다. 아까워서다. 아내가 평상시에 입으라고 사준 옷인데... 평상시에는 허름한 옷을 입는다.
아내는 그런 내게 "정장 저거 왜 안 잘 안 입어"라고 말하곤 한다.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께는 "발이 편해야 하니 좋은 신발 사 신으세요"라고 말하면서도 아내와 운동화를 사러 가면 난 "발은 좀 불편해도 돼. 이건 너무 비싸. 여긴 살 게 없다. 나중에 오자"는 소리를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헛걸음을 한 것이 수십 차례다.
아...
오늘 문득 한 문구를 접하게 됐다.
글자 한 자 한 자를 음미하며 읽었다. 곱씹었다.
좋은 옷은 아껴뒀다 입는 게 아니라 지금 입어야 한다.
좋은 차도 마찬가지다. 아껴두지 말고 지금 마셔야 한다.
접시 위의 음식을 먹을 때에도 맛있는 것을 가장 먼저 먹고, 남으면 버린다.
내 삶의 간과했던 부분이다. 늘 부모에게만 강요하고 나는 사실상 지키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난 이걸 모르고 살아왔다.
지금부터라도
나도 바꿔야겠다. 맛있는 것을 가장 먼저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소식을 하면서 느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다. 그런데 난 아껴먹기 위해 가장 맛있는 것을 미뤄뒀다. 먹다 보니 배가 불러온다. 만약 맛있는 것부터 먹었다면, 그만 먹었을 타이밍인데 가장 맛있는 것이 남아있으니 과식하게 된다.
만약 못 먹겠다고 포기한다면, 가장 맛있는 것을 버리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달라져야겠다. 아껴두려고 하지 말고 바로 소비해야겠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