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그리고 두려움...

눈을 감고 뜨면 아들이 훌쩍 커있을 것 같았다

by 광화문덕
아들과 달린다

늦은 저녁 아들과 산책나왔다. 아들은 타요 과자 하나에 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르막길,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힘껏 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멈췄다. 다시 달렸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오르막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아들이 날 앞질렀다

늘 내가 앞서갔는데 힘이 빠졌다. 아들은 더 뛰고 싶은지 나를 이끌었다. 힘이 느껴졌다. 다시 힘내서 힘껏 내달렸다.

이대로 늙어버리면 어쩌나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잠깐 눈을 감고 뜨면 아들이 훌쩍 커있을 것 같았다. 기분이 묘했다.


영화 속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신이 떠올랐다.


스크린에 아빠와 아들이 함께 보여진다. 그러다 어느새 앵글은 아들의 모습으로 집중된다. 아들의 해맑은 모습이 원샷으로 보여진다. 화면에는 아빠와 맞잡은 손만이 함께할 뿐이다. 아들은 빠르게 성장한다. 달리는 신은 1분이 안 된다. 그 짧은 순간에 아들은 성인이 된다. 화면 속 1초는 1년처럼 지나간다. 이제 화면은 맞잡았던 손에 포커스를 맞춘다. 앵글이 아빠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아빠의 머리는 백발이 됐다. 안쓰럽기만 하다. 아빠는 걷기조차 힘든 모습이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를 정도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과 함께 뛰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아들과 더 뛰어 하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다. 아빠의 눈빛이 흔들린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에선 아들을 향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이제 영영 보지 못할까봐 겁을 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너무 무서웠다. 지금 이 순간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겁났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것은 아닐까 거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들을 한참을 쳐다봤다

아들은 아직 4살 아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타요 과자를 든 아들의 지금 모습, 지금 이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 급히 브런치를 열었다. 이 느낌 무섭긴 하지만... 평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