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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n 26. 2016

식단조절과 식탐

먹는 양을 줄이니 음식의 맛을 알게 됐다

불어나는 뱃살

뱃살이 늘고 있다. 저녁 술자리가 늘수록 뱃살은 비례해 증가했다. 다이어트도 해봤다. 먹는 것을 그대로 먹으면서도 뱃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식단조절 없이 운동만 했다. 운동이래 봐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몇 번이다. 치열하게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당연히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늘 실패했다. 결국 뱃살은 버거울 정도로 늘었다. 내 삶의 일부가 됐다.

탄수화물을 줄여라

이번에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식단조절을 시작한 것이다. 주위의 다이어트 성공담을 들으니, 탄수화물만 줄여도 뱃살이 눈에 띄게 준다고 했다. 속는 셈 치고 해보기로 했다.


밥은 되도록 안 먹고, 채소는 많이 먹으려고 의식했다. 술자리는 피할 수 없으니 안주를 되도록 적게 먹으려고 했다. 

2주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킬로그램이 빠졌다. 74킬로그램에서 72킬로그램으로 줄어든 것이다. 먹는 것은 그대로인데... 결혼 준비하며 새벽에 수영하면서 그렇게 운동해도 안 빠지던 살이 2주 만에 73킬로그램이 무너졌다. 너무 놀라웠다. 혹시나 했는데, 밥만 덜 먹어도 확실히 줄어든다는 게 신기했다.

시련의 시작

식단 조절 후 오후 4시 정도만 되면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현기증이 날 때도 있었다. 점심을 적게 먹다 보니 당이 부족해서였으리라 짐작한다. 


간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후 4시에 무언가를 먹으면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들어갔다. 현명하게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보통 빵 두 조각으로 버텼다. 부족하면 물을 들이켰다. 배가 부를 때까지. 

1개월 후

확실히 먹는 양이 줄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무엇보다 음식의 맛과 향을 알게 됐다.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혀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의 유혹

당의 유혹은 계속됐다.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까지 생겼다. 되도록 간을 안 하고 먹으려고 노력한다. 음식을 할 때도 양파 등으로 단맛을 내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보니 외부 음식에 들어간 당은 내게 치명적인 맛이었다. 심지어 의식적으로 먹는 것을 조절하다 보니 식탐까지 생겼다. 그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늘 먹고 싶은 만큼 먹었고, 포만감을 느끼며 행복해했던 적이 있었다.

2개월 후

지금은 70킬로그램까지 줄었다. 사실 요즘은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도 잘 하지 않는다. 피곤해서다. 이슈가 너무 많아 집에 돌아오면 뻗기 일쑤다.


그런데도 4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고무적인 성과라 생각한다. 식습관도 확실히 좋아졌다. 달고 짜고 한 자극적인 음식은 멀리한다. 점심은 소식한다. 저녁도 소식한다. 아침도 챙겨먹으려고 한다. 비타민도 꼭 챙겨먹는다. 

식탐과의 전쟁, '요요'

요즘 요요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4킬로그램밖에 안 빠진 내게도 이렇게 당의 유혹이 견디기 힘든 것인데, 급격히 체중이 줄어든 이들은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란 생각에서다.


살을 빼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힘든 이유를 알겠다. 내 목표는 68킬로그램이었다. 이제 곧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지켜내는 것이다. 지난 37년 동안 없던 식탐이 생긴 상황이어서 '요요'와의 전쟁을 언제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감사한 것은 있다. 바로 음식의 맛과 향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내 삶의 또 다른 큰 행복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한 입 머금었을 때의 느낌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참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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