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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담긴 아련한 추억

10대와 20대 그리고 현재, 미래가 함께할 공간

by 광화문덕

어제 야근하고 오전 퇴근했다. 발길이 닿는대로 오니 혜화동이다.


나의 오랜벗 주명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같이 점심 먹기로 했다. 12시까지 30여분 남았다.


걸었다. 한 레스토랑에 직원 한명이 점심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예전 내 모습같았다.


예전 수험시절. 주말이면 레스토랑에서 시급4300원 가량을 받으며 일했다.


28살의 나이로 대학로와 인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알바자리 구한다고 면접보러 다녔다.


수십 번의 면접 그리고 낙방. 수많은 이들이 나이가 많다며 안된다고 했다. 대학 졸업반에 알바도 구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돌이켜봤다. 사실 그때와 지금의 난 내적으론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꿈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다.


다만 겉으로는 아닌 척, 만나는 사람들 앞에선 아닌 척하며 살 뿐이다.


29살 그리고 30살... 31살... 그 시기에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나였기에... 지금 내 모습이 허상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이 곳 혜화동에는 내 10대와 20대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때 이곳에서 등하교했고 마냥 좋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다.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을 하며 길거리에서 아카펠라를 부르던 곳. 20살, 대학교 1학년때 군대가기 전 알바했던 곳.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알바를 구하기 위해 제일 먼저 찾았던 곳. 죽마고우와 밤새도록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곳...


지금은 그 장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지만... 내 마음 속에는 그대로다.


그때 걸었던 거리를 걸을 때마다 당시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오늘도 부족한 잠 덕택에 몽롱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잠시 벤치에 앉았다. 지금의 느낌을 담고 싶어서다. 내 옆에 10대 그리고 20대의 내가 함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40대와 50대 60대의 내가 이곳에서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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