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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01. 2016

#65. 신의성실의 법칙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덕목

- 신의성실의 원칙(信義誠實의 原則) -
  모든 사람이 사회 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법 원칙이다. 줄여서 신의칙(信義則)이라고 하며, 우리 민법의 기본원리를 이루고 있다(민법 제2조) 
  파생된 중요원칙으로 사정변경의 원칙, 금반언의 원칙, 실효의 원칙, 계약충실의 원칙(pacta sunt servanda)이 있다. 


최근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던 탓도 있다. 요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신의성실의 법칙이다.


파쇄 사건

최근 한 후배에게 디자인 하나를 부탁했다. 예전에 작업했던 디자인에서 로고 정도만 수정해서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로고 정도만 수정하면 된다는 생각에 별도의 시안을 받지 않았다. 부탁이기도 했고, 후배를 못 믿는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시안 넘겼어요. 찾으러 가시면 돼요"


후배 역시 시안 확인을 내게 요구하지 않았다. 일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인쇄소를 찾았다. 그리고 너무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심지어 오타까지 있었다. 난 결국 인쇄된 것을 파쇄기로 넣어야 했다. 씁쓸했다.


'아.... 이렇게 대충할 꺼였으면 못한다고 하지....'

협업

최근 협업을 했던 경우도 있다. 


"회의 언제 할까요?"


벌써 회의가 3차례나 진행됐음에도 상대측에서는 답이 없다. 그만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함께 협업하던 실무자 중 한 명은 소리소문없이 빠져버렸다. 최근 회의할 때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와서 즉흥적인 답변을 내놓는 모습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내 경우 일을 할 때는 굉장히 빡빡하게 진행한다. 수정을 보는 경우가 잦아 실무자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지만,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의 고생은 보상받는 거라고 생각해서다. 또한 결과물에 대한 비판은 실무자들이 아닌 나를 향해 올 것이 뻔하기에 대충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수정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는 결국 내 역량과 자질 부족 탓으로 여겨질 테니 말이다.


'최소한 실무자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 전에 상대측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닐지...'


절대적 믿음

사실 난 사람의 백그라운드를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회사에 다니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같이 일했을 때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가의 여부만 따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이가 있다. 바로 이주명 작가다. 벌써 인연을 맺은 지 6년째다. 페이스북 '기자의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친구 덕택이고, 요즘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다. 

이 친구는 예전 내가 산업부에 있을 때 알게 됐다. 자신이 가진 소신이 확고한 친구여서 참 멋있달라고 생각했다. 사회부로 발령 나서 경찰서를 전전긍긍할 때 먼 거리임에도 늘 나를 찾아줬다. 그런 자리가 이어지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형, 동생이 됐다.


홍보를 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이 친구는 얼마를 받던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자신만의 일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내 입장에서는 늘 기대 이상의 답을 듣는다. 


그래서 난 이 친구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신뢰는 한 번에 쌓이는 게 아니라 반복된 서로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즉, 신의성실이란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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