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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24. 2016

#63. 선배라 좋으시겠어요

계급이 이등병이지, 인격이 이등병은 아닌 거다

함께 봐도 될까요?

오전 9시가 좀 넘어서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오늘 취재원과 둘이 밥을 먹기로 했는데, 일이 있어서 동석해야 할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괜찮다면 그 자리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안면을 트는 자리였기에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이번에 대면했으니 다음번에는 물어보고 싶은 것을 전화로 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그 자리에는 다른 기자들도 있었다. 한 명을 빼고는 잘 모르는 기자들이었다. 분위기는 어색했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특별히 할 말도 없었다.


하하하하하

나를 제외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자리를 주도한 기자가 책임감 때문인지 말을 이어나갔다.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냥 들었다. 그와 내가 가진 시각이 다를 수 있어서다. 어차피 서로 다른 매체에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여담은 이어졌다. 듣기 불편한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 후배들은 동기들끼리 
오빠, 형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이 대목에서는 놀랐다. 동기들끼리 오빠, 언니로 부르는 게 비난받을 일인가라는 생각에서다. 


동기들끼리는 수평관계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관계다. 서로의 희로애락을 나눠야 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동료애에서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업무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배려가 없는 사이라면 동료애는 형성될 수 없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서로에 대한 호칭은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오빠, 형'이라는 존칭을 쓰는 게 개념없는 후배라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업무적으로 선배들 앞에서 호칭을 부를 때는 관례상 '반말'을 하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사 선배들 앞에서까지 동기를 부를 때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제가 그런 후배인가 본데요.
하..하..하....


다른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끼어들었다. 내가 그런 후배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분위기는 좀 어색해지긴 했다.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선배가 연차 정리를 해줬다. 내가 너무 불편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 같다. 그 덕에 서열 정리는 다 됐다. 내가 막내였다. 


다소 어색했던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입사 연도가 언제세요?

한 선배가 내게 입사 연차를 물었다. 


"네. 제가 여기서 막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 기자님은 몇 년 입사신 거죠?"


"2009년 입사입니다."


"아! 그럼 너보다 내가 선배네요. 하하하하하"


......

솔직히 그 자리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있다. 편하지도 않은 밥을 먹고 '너보다 내가 선배'라는 말을 왜 내가 들어야 했는지 화가 날 정도다. 초면에 반말을 하며 비꼬는 그런 사람과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타인에게 그렇게 막 대하는 그런 류의 인간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선배든 후배든... 서로 간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그는 자신이 어린 나이에 입사했고, 나이많은 후배들에게 반말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무언가 모를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리는 문구가 있다. 군대 있을 때 선임이 해줬던 말이다. 


"계급이 이등병이지, 인격이 이등병은 아닌 거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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