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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30. 2017

새해,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

[범죄와의전쟁]지난날의 나는 떳떳하게 살아왔는가

잠이 안 오네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을 박차고 TV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뭐 볼 게 없을까' 채널을 돌리던 중 '범죄와의 전쟁'이란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리모컨을 내려놨다.


"살아있네" 유행어를 남겼던 영화였지만, 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너는 도대체 뭐냐?

이 대사가 나오자 가슴에 비수가 꽂힌 느낌을 받았다. 건달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최익현(최민수 역)의 행동들을 보며 '호가호위'단어가 떠올랐다. 보는 내내 그의 행동은 내게 거북했다. 영화 속 최익현의 모습이 굉장히 역했다.


끊임없는 권력을 향한 욕망, 그 안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한 인간의 치졸함, 그리고 비열함.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건달 세계에서 살아온 형배가 익현에게 마음을 열며 한 말이다.


"대부님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더. 너무 많이 당했거든요"


 대사를 듣자, 마음이 심하게 동요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한 선배는 내게 늘 경고(?)했다. "머리 검은 동물은 믿는 게 아니다"라고.


난 대사를 곱씹으며 생각했다.


'내가 어떤 이에게는 그런 존재일 수도 있을 테고, 내게 누군가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인간이란 속성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님은 건달이십니까?

최익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권력을 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많은 권력'을 갈구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오만함'이다. 자신과 자만은 한 끗 차이다. 내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 '호가호위'란 사자성어가 잘 들어맞는 캐릭터다.


실상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음에도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당연하다고 착각하며 살는 것은 아닐까.


대부님,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학생이고
건달은 싸워야 할 때 싸워야 건달입니다

영화 중반 이후로 치달으면서 최익현의 오만함은 스스로를 먹어 삼켰다. 괴물이 되어 버렸다. 형배(하정우 역)보다 자신이 서열 위라며 망설임 없이 말하고 다닌다. 자아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익현을 바라보는 형배 부하들에게 그는 불안한 존재다. 건달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익현은 두목 위에서 군려드는 존재여서다.


서열이 분명한 조직인데 인정할 수 없는 존재인 익현이 그들이 살아오던 방식에 자꾸 개입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눈엣가시다.


형배 부하들에게 익현은 권력에 기생해 피를 빨아먹는 벌레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현은 형배의 '호의'를 당연시한다. 이로 인해 모두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벌어짐에도 익현만 모르는 눈치다. 불편 결국 불신이란 싹을 돋게하는 밑거름이 된다.


오만한 괴물이 된 익현은 판호(조진웅 역) 앞에서 형배를 모욕하는 언사를 한다. 그들 세계에서 금기어를 넘어선 것이다. 자존심... 서열...


익현과 형배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여기에 거대한 나무가 되어버린 불신이 더해져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는다.


응징은 참혹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미 괴물이 된 익현은 호가호위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기보다, 분개한다.

두 번 다시는 이 세계에
발 들이지 마이소

형배가 최익현에게 한 마지막 충고다. 괴물이 아닌 민간인으로 살아가라고 했지만 이미 괴물이 된 익현에게는 이 충고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의 칼만 간다.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어"


마지막 신이다. 형배가 검찰에 붙잡히고 난 뒤 익현의 독백이다. 소름이 돋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지난날의 나의 모습은 떳떳했는가?'라고. '사람을 대할 때 늘 진심으로 대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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