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두부조림
며칠 전 두부조림을 해보기로 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달달한 소고기 두부조림이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불고기 양념을 만들 듯 간장과 참기름 올리고당을 물에 희석시켜 양념장만 잘 완성하면 된다.
요즘 요리에 자신감에 차올랐던 탓일까. 계량에 소홀했다. 결국 간장과 참기름 올리고당이 모두 과하게 들어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완성된 두부조림 맛은 짜고 느끼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요리가 완성됐다는 내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미안했다. 면목이 없었다.
샌드위치
아침 식사로 신선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다. 전날 장을 봐왔다. 슬라이스 햄, 상추, 딸기잼, 토마토, 치즈에 빵까지 재료준비는 완벽했다.
신선하면서도 달달하고 새콤달콤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다.
상상 속 맛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빵을 깔고 잼을 듬뿍 떠서 골고루 펴 바르고 치즈 2개와 토마토 슬라이스를 올렸다. 그리고 슬라이스 햄 3장을 빈틈없이 메웠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양파 슬라이스에 상추를 포개놓고 마지막으로 케찹과 마요네즈를 짜넣었다. 화룡점정으로 설탕을 흩뿌리고 나머지 식빵 한 조각을 덮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광고에서나 볼 법한 어마어마한 높이의 샌드위치가 완성됐다.
한 입을 베어 물자 깨달았다. '과했구나'.
신선한 재료를 듬뿍 넣었음에도 전혀 맛은 신선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케찹과 마요네즈, 설탕 맛으로 뒤죽박죽이었다.
과한 욕심이 음식의 조화로움을 무시한 채 먹을수록 부담스러운 맛을 만들어 냈다.
과유불급
요즘 이 단어에 대해 생각이 많다. 특히 상대에 대한 배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내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불편함을 겪지 않을까, 상대가 불필요하게 마음을 쓰진 않을까해서다.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안을 도출해 냈지만 결과가 정반대일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맥이 빠지고 소위 멘붕에 빠진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상대는 내가 아니어서다. 내겐 배려일 수 있으나 상대에겐 혼란스러움일 수 있다. 나의 행동이 쌩뚱맞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건 마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글을 읽은 독자의 심경과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라리 조금 부족했더라면
과한 것보다 조금은 부족한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요리에서도 그렇고 사람 사이에서도 그런 것 같다.
완성된 요리가 간이 심심하다면 취향에 맞게 반찬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간이 과하면 희석시키기 어렵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부족함을 느낀다면 소통이나 추가 액션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그것을 잘 기억해서 보완한다면 다음 번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했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예의에 어긋나는 모자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없길 바란다.
하지만 과도한 친절이나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부담이 되거나 불쾌감 또는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최악으로는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난 고민한다. 과유불급에 대해 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