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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06. 2017

사랑이 먼절까 노력이 먼저일까

그와 그녀는 헤어졌고 그는 내게 물었다

질문이 있어요

한 친구가 찾아 왔다. 30대 초반인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의레 '취업에 대한 고민상담이겠거니'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예상치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통 남의 연인 관계에 잘못 끼어들면 뺨이 석대라는 말이 있어 보통 때 같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도망쳤을텐데...


난 이미 그와 마주 앉아 있다....  

무슨일 있나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언뜻보기에 그의 모습이 다소 격앙돼 있어 보이기도 했다.


난 그의 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깊은 한 숨을 몰아쉬었다. 숨고르기를 한 뒤 천천히 단어들을 내뱉었다. 원망과 분노가 뒤엉켜있었다.


그는 내게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정리해보면 간단했다.

전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

여자친구와 그는 자주 다퉜다.


이유인 즉,


그는 여자친구에게 "사랑하니까 노력하고 있다"고 호소하곤 했다. 하지만 그 여자친구는 그에게 "사랑이 노력해야 하는거야?"라고 되받아쳤다.


마치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져냐'같은 논쟁이었다. 극한으로 대립하던 그들은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가 내 앞에 앉아 있는 이유다.


난 그에게 내 지난 날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가 내 이야기를 통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제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요

제 경우에는 그랬어요. 연애를 할 때 생각해보면, 그녀가 좋아지고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만나기 전에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이 있잖아요. 제가 매력에 빠지게 된 포인트 말이에요.


사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자꾸 그녀에게 제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었더라고요.


상대의 언행이 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지적하고 비난하고, 내게 맞추길 강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지금 와서 많이 후회해요. 상대를 내게 구속하고 내 기준에 맞춰 마름질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좋아했던 상대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상대가 저를 향해 화를 낼 때에는 '또다른 내가 내 앞에 서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 섬뜩하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내 단점만을 쏙 빼닮은 사람이 제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 모습 자체로 보려고 노력해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사랑하니까 노력한다...라..."


이 말은 제가 해석하기로는 '사랑하니까 내가 변할게' 또는 '사랑하니까 내가 너에게 맞출게'라고 들리고요.


'사랑이 노력해야 되는거야'라는 말에는 "난 너를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하는데, 넌 나를 사랑하는게 노력으로 된다는 거야'라는 원망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이 두가지 단어를 제 나름대로 분석하면 둘다 결국엔 나를 기준으로 상대에게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이라는 것...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기 살아오던 남녀가 만나 서로의 마음에 상대를 그리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젊음은 짧고 인연이란 것도 어쩌면 스쳐지나가기 일쑤인데...


굳이 그 짧은 시간에 서로를 속박하고 비난하고 내 가치관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그 또는 그녀를 내가 왜 좋아했는지 그 사람이 예쁘게 또는 멋잇게 보였던 그런 부분들이 서로의 성장을 위해 더 돋보이게 격려해주고 보듬어 주는 그런 사이는 어떨까요....

말끝을 흐릴수밖에 없었다

그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에 난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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