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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01. 2017

우유부단함에 따른 고단함

달라지기로 결심했다...결단을 내려야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나와 한 약속이 그렇게 우습니?

아침부터 불호령이다. 어제 술자리가 길어져 집에 1시가 넘어들어와서다.


사실 내게는 통금시간이 있다. 자정. 아내가 정한 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새벽에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더이상 잠을 이룰 수 없어서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의지가 약해서일지 모르겠으나.... 통금 시행 이후 난 한달에 몇차례 어겨왔다.

사실...

난 결단력이 매우 부족하다. 강력한 추진력은 내 장점이지만,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은 내 삶의 가장 큰 단점이다. 나도 잘 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변명해 왔다.


"한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따른 파장 등을 분석하다보면 여러가지 안이 나오게 됩니다. 이 사안들마다 저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분석한 입장에서는 결정이란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결정하시죠"


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단 한사람, 내 아내는 반문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결정을 해줘야 할 것 아니야. 결정을 하라고 무책임하게 떠미루지 말고"


그렇다. 사실 난 다양한 대안을 내놓으면서도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았다. 결정을 타인에게 미룸으로써 마음 편히 살고 싶어왔다. 결정을 하는 순간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아서다.


어제도 신랄하게 깨졌다


이유는 늘 똑같다. 통금을 어겨서다. 통금을 어기면 어길수록 아내의 비난 강도는 점점 더 거칠어진다.


어쩌면 당연하다. 좋게 말해서 안되니 더 강하게 더 독하게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이건 사람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오늘 아침 일어나 생각이 많아졌다.


술자리에서 형님들에게 상담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열이면 열 다 같았다.


"나도 그렇게 살아. 원래 결혼생활이란 게 그런거야"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다들 비슷하게 사는 거라고 위안을 삼아왔다.


이전까지는 '사는 게 다 그런거지'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기분이 나아지지 않음을 알게 됐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 내가 내린 결론이다. 바뀌어야 한다.


우유부단함으로 내 삶이 너무 고단하다고 느꼈다. 사실 아내의 예를 들어 풀어나갔지만 직장에서나 친구, 동료 관계 등 공적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난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바로 나의 우유부단함이란 고질병 때문이다.


난 사실 그동안 '나의 우유부단함=좋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포장해왔다. 아니 착각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니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내 스스로와 가족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불편함은 감내해야 한다

나의 우유부단함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착한 남자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그런 내면의 욕구가 있어서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려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아니 이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그건 이상일 뿐이고 환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출근 길 다짐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매번 살아갈 수는 없다. 내 결단에 따른 비난, 불편함은 앞으로 내가 안고가야 하는 과제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야 할 말에 대해 더 분명하게 하는 노력을 하자. 아니 하자.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약속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내 우유부단함이 변명이 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난 신의를 저버린 사람이 된 것이다. 나를 바꿔야 한다. 지금 내게 이런 시련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고 말이다.


난 오늘부터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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