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
따뜻해요
아들은 어느순간부터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이렇게 말한다.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들은 쿨하게 답한다.
"사랑이란 건 원래 따뜻한 거야"
나름 해석을 해보면 이런 거 아닐까 싶다. 5살 아이에게 부모와 주위의 관심과 사랑, 애정의 표현이 따뜻한 것.
내게도 사랑이란 따뜻함이었던 때가 있었다. 나를 향한 따뜻한 눈빛, 따뜻한 마음, 그리고 따뜻한 체온. 따뜻함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속박을 사랑이라 믿었던 때
사실 10대와 20대 때 내게 사랑이란 '속박'이었다.
늘 나와 함께 있길 바랐고 나만 바라봐주길 원했다. 다른 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나고 마음이 차가워졌다.
난 과거의 질투의 화신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잘못된 사랑이었던 것 같다. 애정결핍자의 집착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 시간은 한정돼 있다. 잠을 자고 일을 하는 시간 외의 시간을 활용해 연애 등 인간관계를 쌓거나 자기계발을 한다.
연애를 하기 전 많은 이들은 이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거나 여가생활을 즐긴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면 이 시간을 연애를 위해 몰빵하기도 한다. 내 경우 그래왔던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연애방식에 대해 상대방이 이해해주면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개인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된다. 집착남이란 꼬리표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다.
그 때에는 몰랐는데 어릴 적 나의 사랑 방식은 참 무모하고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의 일이다.
늦은 밤이었다. 역 인근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한 커플을 마주하게 됐다. 길거리에서 한 남성은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소리치며 걷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태도에 대해 질책하고 있었고 여자는 난처해했다. 남성의 고함소리는 계속됐다. 내용을 대충 들어보니 여성의 행동을 남성의 가치관에 맞춰 교정하라는 요구였다. 남성은 여성에게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행동을 해줄 것에 대한 확답을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난 생각했다.
'왜 그는 그토록 고함을 쳤을까. 그냥 헤어지면 되는 것을... 서로 맞지 않는 조각을 왜저리도 애써 붙이려고 하는 것일까...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 자신의 언행이 상대의 마음을 깨뜨리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상대의 성장을 지지하고 원하는 것
치열한 경쟁사회를 겪으면서 30대가 지나면서 사랑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사랑이란 상대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와 함께 하면서 같이 성장하도록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
30대 후반인 지금, 내게 사랑이란 이런 의미다.
사랑을 하는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외롭지 않다는 것을 자칫 '상대 없이 혼자 외롭게 두면 안된다'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이런 오류에 빠져 어린 시절 집착을 했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주고, 혼자만의 시간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그래야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