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한 입 베어물며

이제 막 담근 김치가 주는 희열

by 광화문덕

붉게 물든 포기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은빛 선이 지나가자 '사각사각' 신음소리를 내며 하얀 속살을 수줍게 드러낸다.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 손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집게가 되어 이미 한움큼 집어들었다. 손은 더이상 머리의 통제를 받지 않는 듯보였다. 식욕의 노예다.


시각이란 감각이 혀의 미각을 재촉했다. 무색 액체 혼합물을 뿜어낼 것을 미각이 지배하는 침샘에 전달하도록 강하게 몰아붙였다.


사실 혀는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 아쌀한 김치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샘은 폭발했다. 어서 김치가 들어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혀끝에 알싸함이 느껴졌다. 고추가루와 마늘이 어우러진 매콤함이다. 위 아래 어금니가 서로 맞부딪히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서서히 시작된 움직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손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도마 위 김치를 입안으로 옮겨 넣으라 여념이 없었다.


온 신경은 이제 입 안으로 집중됐다. 혀와 볼 안쪽 세포들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뜨거움은 이내 고통으로 바뀌었다.


'아.....'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매운 맛이 주는 고통을 쾌락으로 승화시키려 애썼다.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진화에 나섰다.


물을 들이켰다. 고통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막 담근 김치가 주는 맛의 희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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